BLOG ARTICLE 2015/08/02 | 2 ARTICLE FOUND

  1. 2015.08.02 20150802 - 어쩌다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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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휴가, 강릉, 2015년

퇴근 후에는 더위를 피해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읽었다
남들 다 가는 피서 대신 맛있는 거라도 먹자는 아내와
주말 저녁, 동네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었다
계산을 위해 주방에서 나온 남자의 이마에 땀방울이 가득하다
혼자서 장사를 하는 주인 남자가 안타까웠다
힘드시겠어요, 하니
신경 못 써드려 죄송합니다, 한다
선량한 눈을 가진 전라도 사내의 말에서는 선함이 묻어 나온다
초면에 서로 미안한 사이가 됐다
사내는 어쩌다 강릉까지 오게 됐을까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또 어쩌다가 강릉까지 왔을까
밥 한 번 사 먹는 일이
보통으로 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 세상에게 얼마나 큰 죄인가
보통날이 보통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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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휴가, 서울, 2015년

화장실 문을 여니 브람스가 흘러 나온다
양변기에서 엉덩이를 떼자마다 물이 저절로 내려간다
수도꼭지 아래 손을 갖다대니 자동으로 물이 나온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움직이기 시작한 에스칼레이터에선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
자동의 결정체인 백화점 8층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한껏 멋을 부린 결혼 정보 업체 직원이
시골장터에서 노인들에게 약을 팔듯이 순진해 보이는 여자에게
계약서 작성을 유도하고 있다
고무신을 신고 끈적거리는 아스팔트 위를 걸어도
세상에 부끄러울 것 하나 없이 살았다고 생각해도
그렇고 그런 세상에 공범일 뿐이다
이런 생각조차 시끄럽다고 매미가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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