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에서 온 종족처럼
약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비틀 7월의 오후를 걷는다
비현실적인 하늘과 구름
비현실적인 길과 사람들
비현실적인 녹색
비현실적인 몸상태
비현실적인 세계
비현실적인 너
사랑일까, 생각하다 뭉게지는 머릿속
태양 아래 녹아버린 나
너에게 무너져버린 나
비현실적인 나
녹아버린 세계
날이 더워야 운다
뜨겁다고 운다
한 번 왔다가 한 번 간다고
그러니 그냥 두라고
울기 위해 태어났다고
오래 기다렸다고
아직 며칠 더 남았다고
살고 싶다고 운다
뜨겁게 운다
미지의 세계
- 누군가는 계속 살아 왔지만 나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곳
- 밍밍한 귤처럼 시지도 달지도 않지만 그런데도 누군가 살고 있는 곳
- 나와 다른 존재가 살고 있는 곳
- 모든 신들이 사라진 곳
- 기대가 없이 살기 위해 미지의 세계로 왔다.
- 마음속엔 어떤 기대가 있지만 겉으론 아무 희망도 없는 척한다
- 내 발이 닿자마자 이 땅에 희망이 넘쳐 흐른다
- 나는 낯선 이방인
- 그곳에 모험은 없네 다만 낯선 바람이 불고 날선 비명 소리가 들린다
- 희망을 찾다가 너를 만났네. 너는 미지의 세계
- 오직 너만이 존재하는 세계
- 남국의 바닷가도 남극의 얼음벌판도 아닌 미지의 세계
- 새로운 곳에선 뭔가 다를 줄 알았지만 절망의 반대편에 도 다른 절망이 있었네
- 보통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또 그것이 얼마나 큰 죄인가.
미지의 세계
남국의 바닷가도 아니고
남극의 얼음 위도 아니다
나와 다른 존재가 살고 있는 곳
누군가는 계속 살아 왔지만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곳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곳
모든 신들이 사라진 곳
시지도 달지도 않은 밍밍한 귤처럼
아무런 기대 없이 여기에 있고 싶다
이곳에선 낯선 바람만이 불고
간간히 날선 비명 소리가 들린다
나는 낯선 이방인이다
마음속에 희망을 버리지 못한 죄로
이곳에서 너를 다시 만났다
너는 여전히 나와 다른 種族
너는 미지의 세계
오직 너만이 존재하는 세계
절망의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절망
나는 미지의 세계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세계
-> 완결성이 약함
백두대간 어느 자락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소나무 묘목을 심었고, 70년대에 심은 소나무와 잣나무에 벌레약을 쳤다. 요즘은 올해 나무 심은 자리와 이미 나무가 심겨진 자리에 풀을 베고 있다. 하루에 일곱 타임까지는 괜찮은데, 여덟 타임 돌리고 나면 집에 와서 많이 힘들다. 이게 일당 7만원 짜리가 아닌데, 라고 생각하니 더 그렇다. 작은 조직이지만 지소장과 사무실 직원들, 나같은 일용직들 사이에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있다. 이 거미줄은 일용직 10명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이런게 눈에 보이면 피곤한 법이다.
농산물 품질 관리사 1차 시험에 합격했다. 시험이 1년에 한 번 뿐인데 2차 시험 접수 일자 마지막날 접수하러 들어갔다가 접수 마감 시간이 지나서 접수하지 못했다. 3년전부터 갖고 싶었던 자격증인데, 일이 더럽게 꼬였다. 내 탓인데,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이고 세상 탓인 것 같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동갑인 동료 하나가 메르스 자가 격리 대상자임을 속이고 며칠 동안 출근했다가 들켰다. 회사랑 동료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산에서 일하던 중에 보건소 직원에게 밭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 내가 다 듣고 있었는데 - 나한테는 아이가 열이 많이 나서 집에 빨리 가야겠다고 집에 좀 태워 달라고 했다. 인간이 아무리 무지하더라도 이럴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의 일당 6만 2천원 때문에 동료들이 다 사지로 갈 수도 있었던 사건이다. 이 친구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에도 -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할머니가 이 친구를 키웠다고 한다. 그날 아침에 병원에 가셨다. - 퇴근 후 그 친구 집 앞에서 헤어지면서 내게 담배 몇 개피를 얻어갔다. 당시에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생각했었다. 자신의 관리 소홀을 쉬쉬 넘어가려고 하는 보건소 직원의 태도, 별일 없을 것 같으니 그냥 넘어 가자고 했던 사무실 직원, 결국 계속 이 친구랑 함께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이 나라 돌아가는 꼴이랑 크개 다르지 않다. 역시,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생각한다.
거짓말을 많이 하는 이 친구를 멀리하고 있다.
'스쳐가는 인연은 무심코 지나쳐라.' 법정 스님의 말이다. '스쳐가지 않는 인연도 있는가' 내 대답이다. 무심코 살아가기가 쉽지 않으니 이런 말이 나왔으리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 수입 식재료를 구입하고, 외식을 한다. 자동차를 타고, 기름 보일러를 돌린다. 추운날에는 따뜻한 물로 씻고, 어떤날은 생수를 사 먹는다. 페이스 북에 좋아요가 많으면 기분이 좋고, 어느 일요일 아침에는 흰 쌀밥에 스팸을 구워 먹고 행복했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하지 않는 세상(정치)을 내가 욕할 자격이 있을까?
나이 40이 가까운 지금
그렇고 그런 세상에 공범이 되었다.
무심한 듯 외면하자. 무심코 지나치듯 살자
볼음도에서는 망고가 위로가 됐고 요즘은 나무를 보는 게 위로가 된다.
구원
저녁을 먹고 누웠다
눈을 감으니 십자가가 반짝인다
다시 태어나기 싫어서
교회는 다니지 않는데
나에게 구원이 내리는 걸까
오늘 잘못한 일들을 벌하려는 걸까
새벽에 나가서 일당 7만 원 짜리 풀베기 한 것이 죄인가
풀들에게 사죄해야 하나
일이 힘들어서 담배를 많이 피웠다
내 마음대로 담배도 못 피우나
퇴근길에 혼잣말로 앞차 운전자를 욕했다
저녁 뉴스를 보다가 대통령을 욕했다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욕도 못하나
생각하는데
십자가에 메시아의 그림자가 겹친다
아내가 눈을 뜨라고 한다
형광등이 십자가 모양이다
방에 누워서 아내에게 구원 받았다
들꽃
꽃을 피우기 전까지
아무도 나에 대해 알려하지 않았다
누가 내 이름을 물으면...
그냥 풀이라 했다
잡초라 했다
꽃을 피우고 나서도
몇 번의 눈길만 받았다
누가 내 이름을 물으면
모른다고 했다
쓸모 없는 꽃이라 했다
허나, 나는 내 우주를 살았고
이 우주를 이어갈 꽃을 피웠다
향기 없는 꽃이 교차로에서 냄새를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