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휴가, 서울, 2015년

화장실 문을 여니 브람스가 흘러 나온다
양변기에서 엉덩이를 떼자마다 물이 저절로 내려간다
수도꼭지 아래 손을 갖다대니 자동으로 물이 나온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움직이기 시작한 에스칼레이터에선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
자동의 결정체인 백화점 8층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한껏 멋을 부린 결혼 정보 업체 직원이
시골장터에서 노인들에게 약을 팔듯이 순진해 보이는 여자에게
계약서 작성을 유도하고 있다
고무신을 신고 끈적거리는 아스팔트 위를 걸어도
세상에 부끄러울 것 하나 없이 살았다고 생각해도
그렇고 그런 세상에 공범일 뿐이다
이런 생각조차 시끄럽다고 매미가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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