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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05 20150805 - 어쩌다 하나씩

이웃



주인집 할머니는 돈이 많아서 그런지 사람이 좋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돈이 많아선지 돈을 더 벌려곤지
집 뒤에 셋집을 세 채 더 지었다
우리집은 그 중에 가운데 집이다

주인집 2층 남자는 오래 씻는다
매일밤 11시가 되면 샤워기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코도 풀고 가래도 뱉으며 열심히 씻는다
어떤날은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샤워기에서 물 나오는 소리가 계속되면
아내는 가끔 밖에 비가 오냐고 묻는다
나는 아니라고 아직도 모르냐고 면박을 준다
그래 놓고 우리는 마주 보고 웃는다
그 남자는 가끔 중학생 딸을 혼낸다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혼낸다
우리는 무서워서 옴짝달싹 못하고
남자의 호통이 그치기를 기다린다

우리 옆집 아저씨는 우리 아버지랑 동갑이다
일거리가 없어서 거의 집에 있다
주말 오후에 마루에 가만히 있으면
아저씨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날에는 아들 내외가 손주를 데리고 온다
그러면 옆집에서 아기 웃음 소리와 울음 소리, 어른들 웃음 소리가 들린다
손주가 떠난 날 밤에 옆집 아줌마가 아저씨에게 욕을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똑바로 안하면 이혼이라고 했다
옆집이랑 우리집은 마루가 붙어있다
아줌마의 욕설은 우리집 구석구석까지 퍼진다
며칠후에 아저씨랑 아줌마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어딘가로 가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며칠후에 아줌마는 또 소리를 질렀다
나랑 아내는 잠도 자지 못하고 아줌마의 화가 풀리기를 기다렸다

또 다른 옆집 아저씨는 혼자 사는데
어디서 무슨일을 하는지
아주 가끔 집에 온다
밤늦게 술에 취해서 온다
누구랑 같이 온 것도 아닌데
누군가에게 소리를 지른다
몸을 가누기가 힘든지
쿵쿵 벽에 몸을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그 아저씨가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잔다
다음날 아침에 옆집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있다

우리는 대체로 조용하지만
가끔 아내가 나에게 화를 낸다
그럴때면 아내보다 이웃들에게 미안하다

우리는 좋은 이웃들과 조용히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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