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08/19 | 2 ARTICLE FOUND

  1. 2015.08.19 20150819 - 어쩌다 하나씩
  2. 2015.08.19 20150819 - 어쩌다 하나씩

가을

가을에 태어났다
가을은 나의 계절이다
저녁마다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하면
떠난 당신이 돌아올 것 같고
술도 덜 취하는 것 같다
소주 한 병에도 비틀거리던 내가
댓병 술에 소금 안주로도 멀쩡하다
그래서 이 계절에는
누군가와 술을 마시고 싶다
기왕이면 기분좋게 미녀와 마주 보고 마시고 싶다
세월탓, 세상탓을 하며 술잔을 기울이다가
멀리서 빛이 보이는 시간에 고주망태가 되고 싶다
엉엉 울고 싶다
내 얘기를 가만히 듣기만 하던 미녀가 함께 울어주면 좋겠다
그제서야,
나는 내 탓이라고 다 내 탓이라고 할텐데
거짓말이라고 다 거짓말이라고 할텐데
속도 버리고 나도 버리고 겨울을 맞을텐데
다시는 너를 그리고 나의 계절을
기다리지 않을텐데

AND

풍경

언덕 너머의 풍경을 보고 싶었다
물 한 모금 먹고 싶었지만
걸음을 재촉했다
종아리를 타고 허벅지까지 통증이 올라왔다
고통을 꾹꾹 눌러 참았다
정상에 올랐다
당신이 활짝 웃고 있었다
- 늦었다고, 왜 이제 왔냐고, 오래 기다렸다고
눈물을 머금고 웃고 있었다
- 늦었다고, 미안하다고, 오래 기다렸냐고
정오의 태양 아래 당신을 안았다
당신의 손을 잡고 다음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풍경 따위 아무 상관 없었다

-> 짤은 잔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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