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08/11 | 1 ARTICLE FOUND

  1. 2015.08.11 20150811 - 오늘 생각

한 달 넘게 예초기 돌리고 있다. 어떤날은 시작하기도 전에 힘들고 어떤날은 점심 먹을 때 되면 힘들고 어떤날은 오후에 힘들고 어떤날은 집에 도착하면 녹초가 된다. 결론적으로 힘들다. 힘드니까 집에 오면 술이 땡기고 담배도 많이 피운다. 그러니까 다음날 또 피곤하고 피곤하니까 짜증도 난다. 악순환이다. 나무랑 산, 꽃을 보는 건 좋지만 사람들 보는 건 지겹고 짜증날 때가 많다. 사실 어디서 뭘해도 이 악순환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가시가 밖힌 원형 바퀴 위를 계속 걷게 해주는 것이 아내다.

어느날 아침에 전날 저녁 먹은 그릇을 씻어 놓고 출근했다가 오후 6시에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가 일어나서 뭔가 차려 먹고 나간 그릇이 싱크대에 있는 걸 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야 사랑도 한다.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이렇게 너를 핑계로 살아간다. 그 사실을 아는 것도 사랑이다.

삶과 사랑은 닭과 달걀처럼 누가 먼저인지 모르지만 한 배에서 나왔다. 그래서 둘은 한통속이다. 너랑 나는 한 배에서 나오지 않았는데도 한통속이다. 위험한 한통속이다.

너는 나를 본다.
웃는 나, 찡그린 나,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나.
나는 너를 본다.
웃는 너, 화난 너, 무방비 상태로 잠든 너.
우리는 서로를 본다.
서로를 보는 지금이 사랑이다.

이건 삶은 힘든데
너를 사랑하는 이야기

얼른 겨울이 오면 좋겠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고 계획한 일이 뜻대로 안됐을 때도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할 것이다. 그러니 얼른 겨울이 오면 좋겠다.

열대야에도 귀뚜라미는 운다. 곧 가을이다.

p.s
- 엊그제 지후가 '포비' 얘기를 했다. 포비가 말 안 들어서 훈련 시킨다고 힘들게 했던 얘기를 했다. 얘기 듣고 잠깐 슬펐는데. 오늘까지 계속 생각난다. 자꾸 슬프다. 뭐든 기르지 말아야겠다. 모든 만남은 헤어져야 하니까. 그건 너로 족하니까. 너는 나에게 독점적이니까.


-> 짤은 나리꽃 피기 전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