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절을 풍미했던 이수영의 99년 데뷔 앨범이다. <I Believe>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강렬함은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년>을 처음 들었을 때에 느낌과 비슷했다. 좋았단 얘기다. '오리엔탈 발라드'란 말이 이 곡에서 탄생했나? 이수영 목소리도 넘사긴 하지.
 앨범을 오랜만에 들어보니까 <I Believe> 빼고는 전체적으로 강수지 느낌이 있네. 기획사에서는 세기말 강수지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앨범 전체를 전성기 때 강수지가 불렀어도 히트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B면에 <기다릴게>란 곡이 특히 강수지 느낌이었다.
 앨범 속지에 '이가 기획' 이도형 사장님께 감사한다는 내용이 있다. 신인 가수 첫 앨범 프로듀스를 조규찬에게 맡기고 작사 작곡 편곡에 올스타 팀을 붙여준 기획사 사장님이 대단하다. 성공할 것을 확신했는지도 모른다. 앨범 속지에 기획사 사서함 주소가 찍혀있다. 라디오에 사연을 사서함 주소 적어서 엽서로 보내던 시절 앨범이다. 
 조규찬이랑 박학기 곡이 하나씩 들어갔다. 조규찬 곡은 조규찬 느낌이 박학기 곡은 박학기 느낌이 난다. 조규찬이랑 박학기랑 같이 라디오 게스트도 나오고 친하게 지낼 때라 조규찬이 박학기한테 곡 하나 내놓으라 한 듯.
 <I Believe>는 MGR이 만들었다. MGR 박용찬은 윤종신 친구고(윤종신이 4집 내고 작곡가들 소개할 때 자기 친구라고 함) 공일오비 노래를 불렀던 김태우랑 뮤턴트란 팀을 했었고 정말 많은 히트곡을 만들었고 아주 먼 훗날에는 조용필의 <걷고 싶다>를 작곡한 사람이다. 이 앨범 전에도 곡 작업을 많이 했지만 이수영을 만나서 작곡가 MGR의 전성기가 시작된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I Believe> 랑 플라워 고성진이 만든 <Goodbye My Love>가 연속으로 히트했다. 영어 제목 노래만 히트를 했네. 앨범 듣다 보니까 <나무>란 곡도 기억났다. '나는 그대의 마음에 자라는 아주 여린 나무였어요'(조규만 작사 작곡)
 이 앨범으로 입지를 다진 이수영은 MGR의 색깔이 짙게 들어간 2집에서 그 입지를 더 단단히 하고 세 번째, 네 번째 앨범에 가서는 최정상의 자리에 서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수영 앨범은 2집이 제일 좋다.(카세트가 남아 있으려나?)
 초창기에 이수영을 소녀가장 이미지로 홍보했던 기억이 나네.

한국 나이 21세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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