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생이랑 아버지랑 셋이 순댓국 먹었다. 신월동 살 때 가끔 셋이 곰달래길이나 남부순환도로 주변에 뼈해장국 같은 거 먹으러 다녔었다. 셋이서만 밥 먹은 거 진짜 오랜만이다. 4일이 아버지 생일이었고 그걸 아는 동생이 강릉에 일이 없는데도 일부러 시간내서 찾아왔다. 아버지는 좋다는 얘기를 연발했다. 동생에게 '아빠' 소리 듣는 것이 좋았었으리라. 동생도 인지 능력이 떨어질만큼 떨어진 아버지 상태를 잘 알기에 '아빠가 기분 좋으니까 좋네' 라고 했다. 난 그거면 됐다.

 아버지는 본인 아이 얼굴도 한 번에 못 알아보는 72세가 됐다. 나는 가까운 거리에서 아버지를 걱정하는 46세 아들이고 동생은 멀리서 아버지를 생각하는 44세 아들이다. 나이로 적으니까 세월이 야속하단 생각이 드네. - 떠난 당신이 무정하단 생각도 - 하춘화 노래였나? 야속과 무정은 비슷한 뜻이다.

 탄핵 집회하러 서울 가는 중이다. 기차표가 없어서 입석으로 올라간다. 이번 계엄 사건 때문에 정말 울화가 울화로 치민다. 박근혜는 양반이었네. 소리를 자르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 윤석열이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울적함이 좀 가실까?

 강릉으로 오는 사람 강릉을 떠나는 사람, 역무원, 던킨 도너츠 알바, 역 근처 흡연실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커피 사 먹는 사람. 이 시국에도 세상은 굴러간다. 계엄이 통과됐어도 세상은 굴러 갔을 거다. 다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제 살 길은 제가 찾아야 하니까. 인간은 먹고 싸고 자는 동물이니까.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니다.

 얼마전부터 유튜브로 성경을 듣는다. 잠이 잘 와서 듣는다. 구약의 앞부분을 반복해서 듣다가 생각한 게 있다. 하나님은 한 놈 찍어서 잘해줘야지 생각하면 같은 잘못 반복해도 끝까지 잘해준다. 아브라함이 아내를 누이라 반복해서 속이는 게 대표적이다. 하나님은 한 놈 찍어서 용서하는 습성이 있지만 진짜 윤석열은 용서하면 안된다. 하나님이 진짜 있다면 세상에 인과응보가 있다면 이래서 내가 교회를 안간다, 에 추가 이유를 만들어 주면 안된다. 암튼 난 교회에 안간다.

 대통령 탄핵 집회에 가기 위해서 ktx타고 서울에 가는 자유, 5호 열차와 6호 열차 사이 간이석에 앉아서 윤석열이랑 연루자들 때려 죽이고 싶다는 글을 쓸 수 있는 게 윤석열이가 떠드는 자유민주주의의 자유가 아니라 진짜 자유다. 이 자유를 위해 흘린 피눈물을 생각한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춥고 배고팠을 독립투사 선생님들을 생각한다.

 잡스럽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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