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6 - 나무

그때그때 2011. 11. 26. 21:18
 올해가 다 지나간듯 느껴진 게 벌써 몇달전인데, 아직도 한 달도 넘게 남았다. 시간은 그렇다.
 오늘은 열심히 다녔다. 힘을 다 써버려야 새 힘을 얻기 때문이다. (하이킥에서 내상씨가 미친듯이 달린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어제는 목욕도 하고 발톱도 깎았다. 그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해서 열심히 걸었다. 성에 덜찬다. 내일은 숲을 헤메든, 계속 걷든 해야겠다.

 

 어제 강릉시내에서 찍은 사진인데, 사람들이 빛을 향해 걸어가기도 하고 빛을 등지도 오기도 한다.
둘 다 맘에 든다. 그리고 둘 다 어딘가 모자란다.

 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이 나무는 천 개의 눈을 가지지 못해서 오직 앞만 바라볼 수 있었다. 뒤에서 온 사람들은 뒷모습만을 보이며,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 나무는 자기만 혼자 서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공포를 느꼈다. 앞쪽에서 와서 나무를 지나쳐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무는 뒤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자기 뒤에 무엇이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또 나무는 앞쪽에 보이는 언덕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나무는 외로웠고 궁금했고 동시에 두려웠다. 그러다가 나무는 언덕 너머에는 바다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딱 한 번만이라도 언덕 너머의 바다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소년이 나무에게 다가왔다........

오늘 걸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미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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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그때그때 2011. 11. 25. 14:06



어제 먹은 것들을 다 싸내고 바다에 왔더니 머리가 하늘처럼 텅 비었다.

바닷가에는 갈매기가 무리지어 날고 아빠랑 함께 놀러온 아이는 뒤뚱거리며 뛰어다니고 낚시꾼들은  낚싯대를 던지고 젊은 연인은 방파제 위를 사라질 듯 걷는다.

바다는 혼자와도 좋고 겨울에 와도 좋고 흐린날 와도 좋다.

바다에 오면 바다쪽만 쳐다보게 되는 것처럼 자꾸 당신만 보게 된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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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요일부터 산불조심을 다닌다. 최저임금을 받는 농촌의 겨울철 아르바이트다. 작년 가을에 다녔던 코스와 비슷한 코스를 다닌다. 어르신들한테 인사를 할 때마다 작년에 하던 그 사람이냐고 물어보신다. 나는 그분들을 기억해도 그분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뭔가 서글픈 일이다.

어제까지 별로 돌아다니지도 않고 차에서 자빠져 있었다. 오늘부터는 열심히 돌아다니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워듣기도 하고 오랜만에 산도 탔고, 나무도 한 차 했다. 길에서 돈 만원을 주웠다. 만원짜리 한 장이 열심히 하기로 한 것에 대한 보너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돈을 흘린 노인네의 슬픔쪽에 더 가깝다. 깻대를 태우고 있는 아주머니한테 홍시를 하나 얻어 먹었다.

오늘 들은 얘기들 - 여러사람에게 들은 것들은 생각나는대로 나열함

- 성산면사무소 있는 쪽에는 월세도 20만원씩 달라고 하는 것이 시내에 얻는 것보다 더 비싸. 왜 그런지 모르겠어.
- 깻대를 말렸다 갈아서 넣으면 비료로 좋다고 하지만 요즘 누가 귀찮게 그렇게 하나, 옛날에나 그렇게했지.
- 아들이 셋 있는데, 둘째만 대학을 못 나와서 잘 못 살고 있다.
- 사람이 써먹든 안 써먹든 공부를 해야한다.
- 시골에서 이래 농사짓고 살면 흥망이 없다.(흥망이 없는 것에 체념하신 말투였음)
- 둘째 아들이 잔나비띠인데, 아직 장가를 안 가서 걱정이 많다.
- 우리 딸이 서른인데, 시집을 갈 생각을 안 한다. 하긴 나도 서른 여섯에 장가를 갔으니....

작년에 주먹만하던 개들이 일년 만에 말 그대로 개같이 커서 나를 반겨줬다. 나도 무척 반가웠다. 내년에 잡아 먹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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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잤다. 바닷가를 걸었다. 닭강정을 먹었다. 회도 먹었다. 생선구이도 먹었다. 물회도 먹었다. 오징어 순대도 먹었다.

 속초 아바이 마을은 함경도 사람들이 전쟁이 끝나면 빨리 돌아가기 위해서 모래톱에 만든 마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마음 아픈 일이다.

 속초 여행은 즐거웠다.

  

 


p.s 우리팀이 우승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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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와서 일주일이 지났다. 일을 하니까 몸이 되살아난다. 물론 피곤하다. 작은아버지가 힘들지? 하고 물어보신다. 아니라고 대답하지 않고 괜찮다고 대답한다. 약간 피곤하단 뜻이다. 물론 정말 피곤할 때는 피곤하다고 대답한다. 

 이번주에는 고추밭을 정리하고 있는데, 비닐에 대해서 좀 생각해 봤다. 올해 우리 고추밭의 일부는 비닐이 덮인 땅을 로타리치고 그 위에 다시 비닐을 덮고 고추를 심었다. 작년과 올해 비닐 제거 작업을 하면서 느낀점은 비닐은 쓰면 안된다는 것이다.(그렇지만 나도 쓸지 모른다. ㅡ.ㅡ;) 땅이 부슬부슬하고 잘 마른상태에서도 비닐을 100% 제거하는 것은 어렵다. 대충 99%정도 제거한다고 치자. 1%의 비닐은 땅에 남고 10년간 비닐 써서 농사지으면 땅속에 첫 해에 농사지었던 비닐의 10%가 남게 되는 것이다. 끔찍한 일이다.

 밤 9시가 되면 그날 날짜의 하이킥을 다운 받아서 보고 잔다. 하이킥에 야구장이 자주 나오는 걸 보니 야구가 대세는 대세다. 하이킥 초반부에 백진희가 넘어지는 바람에 회사에서 짤린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 에피가 나간 다음날인가 한화의 김준호 선수가 동점을 앞두고 홈 플레이트 앞에서 넘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하이킥은 판타지 성향이 강하긴 하지만 현실을 많이 반영한다.

 롯데가 올라오면 최동원과 장효조의 대결이고, 스크가 올라오면 이만수와 삼성의 대결인데, 양쪽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지만 최동원과 장효조의 대결은 올해가 마지막이니까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올라왔으면 좋겠다. 롯데는 2위팀이고 4차전 승리로 흐름도 탔고, 부산에서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할 것이다. 누가 올라오든 우승은 삼성(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산불조심 시작할 때까지 계속 세차게 일하자.


 짤방은 교육원 동기인 샬롬이, 모델이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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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9 - 일본 FX36

사진 2011. 10. 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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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찍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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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진은 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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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등등

 
 그리고 베스트 샷 두 장

어느 리조트에서

어느 신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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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0 - 일본

사진 2011. 10. 10. 14:01


엘 다녀왔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완전 잼있어.

 공원을 다니며 도촬 - 9500으로 찍은 것들 중에 베스트 샷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건 역시 바다! '고쿠리코 언덕에서'의 여주인공 이름은 우미(바다)

 즐거웠다. 이제 남은 것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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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다녀왔다.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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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교육은 이번주가 마지막이다. 생활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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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 나비

사진 2011. 9. 29. 16:54
 교육원 짬을 먹고 사는 고양이 '나비'다. 어리고 암컷인데, 크는 속도가 빨라서 하루하루 못생겨진다. 요즘 하루에 한 번 이상 '궁디팡팡'을 해주면서 놀고 있다. 일단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하면, 놈은 좋아서 몸을 베베 꼬면서 몸이랑 얼굴을 내 팔에 비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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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0

사진 2011. 9. 20. 18:56
오늘 춘천 하늘이 날 제대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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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 데이트

사진 2011. 9. 19. 20:04
 <유가네>서 점심, <사직동 그 가게>에서 짜이, 덕수궁 미술관 구경, 이숭용 선수 은퇴 경기 관람, <천년 동안도>에서 이영경 밴드 공연 감상, 떡볶이랑 순대로 마무리!

 당분간 서울에 갈 일이 없다. 지후가 무리해 준 덕분에 가열차게 놀았다.

 선배랑 통화하다가 행복해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분이 좋았고, 사실이 그렇다.

s9500이 생겨서 테스트 촬영을 해봤다. 28미리 정도의 광각이랑 1cm접사가 필요했는데, 조금 오래된 모델이긴 하지만 광학 열배줌까지 덤으로 얹혀있는 카메라다. Thank You!

 덕수궁에서 10배줌으로 도촬한 어린이, 완전 귀여워서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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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시절은 아니지만 내 시절이기도 한 대학로 시절이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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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 -> 예산부족 -> 전면 무상급식 불가

부잣집 아이들 - 우리집에서 낸 세금으로 가난한집 애들 점심 먹여주고 우리는 우리돈 내고 점심 먹는다.

부자증세 -> 예산있음 -> 전면 무상급식 가능

부잣집 아이들 - ?


이번 무상급식 투표사건을 아주 단순무식하게 풀어보면 이렇다.

복지는 우월감을 갖고 베푸는 기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노숙자들한테 혀를 차면서 동전을 던져주는 것이 복지가 아니란 얘기다.

짤방은 목요일에 양구에서 찍은 두 장. 완전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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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 어플 중에 tiltshift generator란 게 있어서 찍었던 사진을 만져봤다. 뭔가 느낌이 좋다. 그렇지만 사진은 만지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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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는 매미가 울고 밤에는 귀뚜라미가 우는 계절이다. 고로 여름은 거의 끝났다. 비만 오다 끝났다. 전국적으로 올 벼농사는 작년만 못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우리논도 이삭이 늦게 팼다. 내가 짓는 농사가 아닌데도 이렇게 어려운데, 내가 지으면 얼마나 더 어려울까? 하지만 걱정보다는 기대가 크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 수도 있지만 걱정이 크면 시작도 못한다.

 당신 부모님을 만났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웃는 얼굴로 끝까지 앉아 있으려고 했는데, 아버님이 했던 얘기를 자꾸 반복하시는 바람에 막판에 눈이 조금 풀리면서 흐트러졌다. 긴장해서 전날 많이 못잔 것도 내 흐트러짐에 일조했다. 아버님도 전날 푹 못 주무셨다고 하셨다. 뭐랄까, 통하는 게 있다고 본다. 걱정이 많으실텐데 시작을 허락해 주셔서 무척이나 기뻤다.

 걱정을 떨쳐내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농사를 잘 짓는 수 밖에 없다.

 지후가 처음으로 내 친구들을 만나러 와줬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빈속에 보쌈김치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는 바람에 일찍 취했다. 전날 많이 못잔 것도 내가 일찍 취하는데 일조했다. 앉아 있을때는 몰랐다가 일어나니까 확 취하는 느낌이 오랜만이었는데, 당신이 나를 지켜줘서 정말 많이 고마웠다. 이성준이나 고구미가 술에 취한 나를 지켜주는 것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정말로 지켜준달까? 나도 지켜줄께요. 앞으로 쭉~~

 어제도 많이 못잤다. 멍한 상태에서 일하고 담배 피우고 밥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여름이 끝났으니 좀 더 차분해지자.

 멍해도 짤방은 올린다.

백일홍 - 아이폰 특유의 반짝반짝

벌개미취 - 예쁘고, 먹을 수도 있고 천연 제초제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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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를 돌무덤으로 보내는 도라지 꽃

지난주에 이어서 또 서울에 왔다. 신월동 본가에 짐을 풀었다. 시장통을 걷다가 고로케를 두 개 사 먹었다. 크기도 내가 만날 사 먹던 때 그대로고 가격도 그대로 한개에 오백원이지만 속은 텅 비었다. 조금 실망했지만 여전히 빠리 바게뜨 고로께 보다는 맛있다.

집은 여전했다. 냉장고는 텅 비었고 아버지는 동생 와이셔츠를 다리고 있었다. 동생은 회사 땡땡이 치고 자고 있었고 양천방송에서는 내 휴대폰으로 통장에 잔고가 없다는 문자를 보냈다. - 요금은 동생 통장에서 빠져 나간다. ^^ - 잠들었다 저녁에 깼는데 동생은 마시러 나갔고 아버지는 막걸리 한 병과 저녁 식사 중이었다.

그러니까 다들 그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요즘 보는 일드 제목이 '그래도 살어간다'인데, 뭔가 맞아 떨어진다.

군대에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청년들이 죽어나간다. 시립대 다녔던 학생 사건 때 마음에 많이 안 좋았는데, 오늘 비슷한 소식을 또 들었다. 첫 번째는 슬프고 안타깝다가 말지만 같은 것이 반복되면 화가난다. 명박씨가 말한대로 패기있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고 남들 안 하는 일을 선택해서 열심히 현실에 맞서던 젊은이 둘이 불과 며칠 사이에 사고를 당했다.

나는 경제적으로는 아주 안 좋은 조건이지만 강릉에 작은아버지가 계시고 농사가 정답이라는 교육과 체험, 당신을 통해 시골로 내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하고 스펙에 시달리고, 농사일의 즐거움을 모르는, 남들이 생각하는 경제적 기준이 꼭 보편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보지도 못하고 쓰러져 가는 젊은 청년들에게 '다 때려치고 시골에서 살아라' 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ds는 반값 등록금 투쟁 대학생들에게 학교를 안 다니면 될 것을 괜히 징징 댄다고 했더랬는데, 맞는 말이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가운데, 스스로 대학을 포기 하는 것과 ds처럼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다닌 것은 분명 다르다.

공교육은 최소한 젊은이들 스스로가 !빚은 지지 말고 살아야지! 라고 깨달을 수 있게는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같이 교육 받는 사람들 중에는 교육을 마치고 저리로 돈을 땡겨서 큰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교육 중에도 그렇게 하라고 허는 게 많다. ㅡ.ㅡ) 내 생각엔 그러면 안된다. 빚은 가난보다 더한 스트레스기 때문이다.

걱정과 푸념과 불만을 품 속에 지닌채, 둥둥 떠 다니는 '국가'라는 시스템 위를 걷고 있다. 느리고 조심스럽게.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이다.

별로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연대'(함께하기)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밤이다.

그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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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중에 독보적으로 제일 좋다. 내가 찍은 건 아니다. 동백꽃은 노래 가사처럼 눈물처럼 진다.

결혼과 육아에 대해서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신에게 직접 들었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우리 어머니를 나이브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싫은데, 나도 아버지를 닮아서 삶이라는 큰 덩어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는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살짝 부회(부아)가 났다.

사실 나는 근자감을 바탕으로 인생을 무척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단순 담백하고 심플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먹고 사는일에는 돈이 필요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가족 내에서 세심하게 신경 써야할 부분들-각종 경조사 및 인사치레 등-이 많아지는 것도 돈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방법을 남들 기준에 적극적으로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라는 보편적인 일을 한 가지 했으니 그 다음부터는 내식대로 당신식대로 우리식대로 헤쳐 나가면 된다.

그리고 나는 내 삶에 대해서는 나이브하게 생각하지만 당신에 대해서는 나이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런 채, 또는 그런 채로 살아도 좋다. 는 삶을 추구하려고 한다. 물론 우리 마음에 들게~

'비워야 산다'를 읽었다. 좋은 책이고 이남곡 선생님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기분 좋았다.

144p. 저희 집사람은 '선물의 사회'를 원했습니다. 서로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받으려는 마음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저 사람이 나에게 선물을 갚아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아내가 살았더라면 이 선물에 대한 마인드를 더 널리 정착시켰을 것입니다.


가끔 서혜란 선생님 얼굴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가슴이 물컹하다.

에 그리고 사실 나도 나의 나이브함이 약간은 걱정된다. 하지만 당신이 있으니 나는 잘 할 수 밖에 없다. te qui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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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2 - 흠

그때그때 2011. 7. 2. 22:15


20110701 강릉항

어제는 일하기 싫어서 바다에서 혼자 놀았다.

오늘은 새벽부터 일하고 싶었는데, 논일의 여파로 몸이 말을 듣질 않아서 아침 먹고 일 시작했다.
오전에는 고추밭에서 고추 유도(유인) - 고추 끈 작업 - 를 했고 점심 먹고는 콩 심었다. 땡볕에 콩 심다가 탈진할 것 같아서 잠깐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타이밍에 집에서 쉬었다 하라는 연락이 왔다. 얼음 수박을 먹었다. 완전 맛있었다. 올해는 많은 농민들이 수박밭에 배추를 심는 바람에 수박이 비싸다.

수박 먹고 잠깐 자빠져서 자다가 계속 콩을 심었다. 땅은 질어서 장화는 푹푹 빠지고 날은 여전히 더운데 벌레들이 내 귓가에 계속 윙윙거려서 짜증이 좀 났지만 열심히 심었다.

저녁을 먹는데, 작은아버지가 작물별로 얼만큼 농사 지으면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신다. '네!' 하고 대답하고는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앞으론 혼자가 아니니까 계산기를 두드려 볼 필요는 있겠다 싶었다. 담배 사 피우고 콜라 사 먹자면 그래야만 할 것 같다. 낮에 수박 먹고 나서 '삶이 이거면 됐다.'는 생각을 했는데, 꼭 먹고 싶은 게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 사먹으면 불만도 쌓이고 불쌍하니까 '이거면 된' 삶을 위해서도 세부적인 돈벌이 계획은 필요하다. 계획은 천천히 하나씩 세우기로 하고,

내일은 새벽부터 일해야지. ㅋㅋ

p.s 작은어머니가 치킨집 배달 알바를 시작하셨다. 밥벌이란 게 이런건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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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실습 2주차다. 애초에는 춘천에 있는 한우 농가로 갔었는데, 게으름 피웠다고 쫒겨났다. 그래서 홍천에 있는 한우 농가로 왔다. 나는 순달이가 사망한 이후로 소 키울 생각이 사라졌지만 작은아버지가 소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다. 확실히, 소 키워서 돈 많이 버는 집은 관리부터 다르다. 내가 농사를 열심히 지어야 작은아버지가 안심하고 소에 집중할 수 있다. 열심히 해야지.

이번주에 장마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소 밥 주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논에서 피살이를 했다. 농장 주인아저씨는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지으신다. 유기농 논에 들어가서 일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오전에는 비를 맞으며 일했고 오후에는 비 안 맞으면서 일했다. 역시나 논일은 즐겁다.

갑작스럽게 내년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하는 상황이 왔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있는데, 우선은 집부터 구해야한다. 각자의 영역과 삶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함께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후랑 함께'라는 문구를 슬라이드 하면 아이폰의 봉인이 해제된다. 나는 당신앞에서 해제된다. 뭔가 기분이 좋다.

여름이라 살짝 들떴는데, 칠월은 조금 차분하게 흘려보내야겠다.

짤방 설명 - 숙소 앞으로는 물안개가 자욱한 홍천강이 흐르고 숙소 뒤로는 멋진 하늘이 보인다.

스마트폰의 현위치 서비스가 제법 쓸만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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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3 - 오봉산

사진 2011. 6. 13. 22:26
 저녁 먹고 같이 교육 받는 형님 한 분과 오봉산에 올랐다. 오늘 오른 코스는 춘천과 화천의 경계인 배후령 정상에서 오르는 코스였다. 산에 오르는 사람은 우리 둘 뿐이었다. 두 시간 나들이 코스로 딱 좋았다. 물론 이 형님은 산악인이고 나도 쉬는 걸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성구형! Thank You, 이번주는 술 먹고 자빠지지 말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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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을 오르다보면 오른쪽으로는 소양호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화천군이 보인다. 그리고 오늘 석양이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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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는 아니지만 원래보다 더 좋은 원래로 돌아온 기분이다.

당신 때문에 뭐든 다 괜찮다.

둘 다 성장했고 이제 두려움은 없다.

이것은 <믿음>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기 때문에 잘 해나갈 것이다. 아주 천천히, 드러나지 않는 움직임으로 온전한 우리가 될 것이다.

역시 태어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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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에 왔다. 엄마는 여전했다. 일단 내가 장가를 가야 시골에 내려오겠다고 한다. 아마 남들처럼 돈이 많이 드는 결혼식을 생각하고 그 뒷바라지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얘기인듯 싶다. 그리고 살아보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빼먹지 않았다. 어마마마, 네에 알겠습니다. ㅎ

엄마 자전거로 오산천변을 돌았다. 강가를 달리니 기분이 좋았다. 계획적으로 심어 놓은 꽃밭도 나쁘진 않았다.

저녁으로는 순댓국을 먹었다. 엄마랑 함께 먹는 순댓국은 언제나 특별하다.

열한시 넘어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살짝 취한 목소리로 잠깐 가게에 들르라고 했다. 엄마는 이 손님 저 손님에게 우리 큰 아들이라며 나를 소개했다. 오산에서 잘 때마다 있는 일이라 이런 상황에 이미 익숙하다. 손님들이랑 같이 마시고 매상 좀 올려줄까.생각했다가 술 안 먹는 주간이라는 결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관뒀다. 잘 한 것 같다.

엄마를 기다리다가 쓰기 시작했는데 방금 엄마가 도착했다. 제법 취했다. 지난 십년동안 오늘보다 많이 취했던 날들도 무수했을 것이다. 이래서야 몸이 성할수가 없다.

엄마가 내 말 좀 들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식구들 다 버리고 혼자 살길 찾으라는 내 제안을 고맙게만 생각하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 엄마

짤방은 천변에서 찍은 관상용 양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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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심하게 반짝 거릴때가 있다. 고구미 말대로 쨍한게 좋을 때가 많다. 그리고 ISO80을 지원한다는 점이 맘에 든다. - 교육원 앞에서

 
 오늘부터 6월이다. 살짝 정체기가 오는 것 같다. 정도가 '살짝'이니 큰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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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1 - 논, 나비

사진 2011. 6. 1. 11:03

 

 모내기가 끝난 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 춘천시 신북읍 유포리, 베스트 샷 중에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길바닥에 죽어 있던 나비(swallowtail butterfly?) - 로모 어플로 살짝 만짐


 새해구나 싶더니 6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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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에는 술을 두 번 마셨다. 한 번은 많이 마셨고, 한 번은 적당히 마셨다.

 많이 마신날은 내 이름이 새겨진 컵이 깨졌던 날이고, 적당히 마셨던 날은 외로움에 허기가 심했던 날이다. 자꾸 뱃속이 허전하고 뭔가 먹고 싶은데, 그게 뭔질 모르겠어서 그냥 술로 땜질(빵)했다.

 이번주에는 안보 교육 같은 게 없어서 교육 내용은 충실했다. 실전 경험도 있고 이론적으로도 공부 많이 한 양반(Ph.D)들이 땅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농사 지으라는 얘기들 들려줄 때는 심적으로 다져진다. 반면에 농사 안 지어본 양반들이 규모의 농사,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이야기 할 때는 그냥 조용히 자거나 다른일을 한다. 

 낮에 강릉에 도착해서 안목엘 갔다. 제비 두 마리가 어느 가정집 지붕 위에 사이좋게 앉아 있었다. 제비를 본 게 참 오랜만이다. 기분이 좋았다. 우리 동네 논에는 오리 두 마리가 사는데, 항상 함께 날아다닌다. 그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또 우리 동네 논에는 비둘기 떼가 사는데, 전부 39마리고 항상 같이 다닌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는 매가 한 마리 사는데, 항상 혼자다.

 사람은 매가 사는 동네에서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매가 아니다. 안목항에서 혼자 서 있는 등대도 봤다. 뭔가 다 맞아 떨어지는 게 심상치 않다.

 켁

 다음주는 약간 더 즐겁게~~ 그나저나 모내기가 너무 늦는다. 집에 와서 보니 모가 자랄만큼 자랐다.

춘천에서 새벽에 산책 나갔다가 - 아이폰
강릉항에 홀로 선 등대
흐린날 해질녘 남대천변 - 오랜만에 천변을 걸으니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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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운데 노란 건 거미, 역시나 봄은 노랑색
 고추 심고, 허리 피러 할아버지 산소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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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비닐 다 씌우고, 오늘부터 고추를 심기 시작했다. 15*7짜리 포트 23개를 심었다. 그 중에 내가 14개를 심었다. 대충 1500주(개, 포기? - 포기가 맞는 표현인 것 같음.) 정도다. 온종일 쪼그리고 앉아 일했더니 허벅지가 땡긴다. 쭈그리는 걸 힘들어하던 영재 생각이 나서 간만에 통화했는데, 마음이 풍성하다. - 쉽게 말해서 울컥울컥하다. - 

 영재한테는 계속 존대말을 하는데, 내가 '영재 씨'하고 부를 때, <백의 그림자>의 '무재 씨'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그가 '형'하고 나를 부를 때, 나는 '은교 씨'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대화할 때는 존대하고 글로 쓸 때는 그냥 이름 적어버리는 관계는 참 좋은 것 같다. ^^ - 서울가면 꼭 연락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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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도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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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고추 심을 밭에 갔다. 전체 700평 중에 4분의 1 정도에 여전히 비닐이 덮여 있었다. 나는 거름 피고 작은어버지는 로타리를 쳤다. 비닐 위에 소똥을 펼치는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지 안해 본 사람은 모른다. 한참 일하는데 검은 나비(호랑가시나무) 한 마리가 내 주위를 멤돌았다. - 상민 씨 땡큐. 우리나라 대부분의 밭이 그렇다는 얘기는 역시나 위안이 안되네요.-  비닐이랑 같은 색이다. 다음 생에는 무지갯빛 몸을 달고 태어나렴.

 오후, 작은아버지는 비닐위에 로타리를 쳤고, 나는 관리기로 두둑 잡았다. 관리기 로타리에 검정 비닐이 걸려서 막 돌아갔다. 내 마음은 검고 어지럽다.

 작은아버지의 생각 - 고추는 자랄만큼 자랐는데, 토요일에 비는 온다고 하고, 내일까지 무조건 비닐을 씌워야겠다. 

 내 생각 - 토요일에 비가 많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요일에 비만 오지 않으면, 일요일에도 밭에서 일 할 수 있다. 비닐은 그때까지 씌우고 월요일, 화요일에 비가 온다고 하니 그때 심으면 고추 심고 물 안줘도 되니까 일하기는 더 좋다. 천천히 일하면 좋겠다.

 결국 내일 쎄가 빠지도록 비닐 씌우게 생겼다. 사람도 한 명 불렀다고 하신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 비닐밭에 로타리 치는 것도 막지 못하는 내가 무슨 힘이 있겠나. 그냥 푸념이다. 이래놓고 나중에 비닐밭에 고추가 열리면 그 고추 따 먹겠지.... 에효~~ 

 기왕 이렇게 된거 토요일에 비나 실컷 왔으면 좋겠다. 바다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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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3 - 봄

사진 2011. 5. 3. 20:39

 애기똥풀꽃 - 반짝반짝

 1주일만에 집에 왔더니 보릿대가 올라왔고, 사방에 애기똥풀꽃이 반짝거린다.
 봄은 노랑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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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8 - 풍경

그때그때 2011. 4. 28. 21:41

 올 봄에 봤던 풍경들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은 동네에서 노인 한 분이 경운기로 논을 가는 모습이었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아저씨는 풍경화 속의 노인이 되서 일을 하고 계셨다. 

 나는 언제쯤 풍경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가끔 생각해본다. 경운기 아저씨, 나물을 캐는 아낙네들을 나는 먼 발치에서 감상하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결국 나는 내 삶을 쫓지 못하고 내가 바라보는 풍경들만을 추상화하고 있는 게 아닐까? 물론, 나도 뭔가 할 때는 무척 몰두하는 편이긴 하다. 그런 나를 외부에서 바라보면 나도 하나의 풍경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걸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괜한 걱정이다.

 오늘은 동료 교육생들이랑 축구를 했다. 나는 축구를 싫어하지만 가끔은 숨이 턱을 넘어오도록 달리고 나면 속이 후련해 질 때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고무신 발로 한 골 넣었다. 

 정진규의 시르 귄의 문장이 모두 같은 맥락에 있으니 풍경에 대한 내 고민은 꽤나 오래됐고 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변산에 있을 때, 생각이 많이 난다. 그때가 아마도 내가 스스로 풍경이 되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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