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6 - 나무

그때그때 2011. 11. 26. 21:18
 올해가 다 지나간듯 느껴진 게 벌써 몇달전인데, 아직도 한 달도 넘게 남았다. 시간은 그렇다.
 오늘은 열심히 다녔다. 힘을 다 써버려야 새 힘을 얻기 때문이다. (하이킥에서 내상씨가 미친듯이 달린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어제는 목욕도 하고 발톱도 깎았다. 그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해서 열심히 걸었다. 성에 덜찬다. 내일은 숲을 헤메든, 계속 걷든 해야겠다.

 

 어제 강릉시내에서 찍은 사진인데, 사람들이 빛을 향해 걸어가기도 하고 빛을 등지도 오기도 한다.
둘 다 맘에 든다. 그리고 둘 다 어딘가 모자란다.

 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이 나무는 천 개의 눈을 가지지 못해서 오직 앞만 바라볼 수 있었다. 뒤에서 온 사람들은 뒷모습만을 보이며,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 나무는 자기만 혼자 서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공포를 느꼈다. 앞쪽에서 와서 나무를 지나쳐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무는 뒤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자기 뒤에 무엇이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또 나무는 앞쪽에 보이는 언덕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나무는 외로웠고 궁금했고 동시에 두려웠다. 그러다가 나무는 언덕 너머에는 바다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딱 한 번만이라도 언덕 너머의 바다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소년이 나무에게 다가왔다........

오늘 걸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미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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