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신북읍 유포리에 위치한 교육기관 -미래 농업 교육원- 에서 6개월짜리 농업 교육을 받고 있다. 제 1의 목표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농사와 돈벌이를 구체화시키는 것이고 제2의 목표는 농기계 정비 자격증을 따는 거다. - 이건 집에 무척 도움이 될 것 같다. 외로운 게 문제지만 그걸 제외하면 잘 지내고 있다. 특히, 농사 좀 지어봤다는 젊은 청년들의 얘기를 듣는 일이 무척 즐겁다.


 

 교육 기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춘천 국유림관리소가 위치해 있다. 노란색은 뱀꽃이고 오른쪽은 은사시 나무인데, 왼쪽 나무는 뭔지 모르겠다. 국유림관리소에서 버스를 내려서 교육기관까지 30분 동안 걸어야하는데, 동네 풍경이 많이 예쁘다.

 


김훈의 책을 사게 만들었던 문제의 벚꽃 - 교육기관 교정에서

 

 배꽃 - 교육원 주위가 온통 과수원이다. 오늘 하늘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나는 배꽃을 좋아한다. 나중에 주인 몰래 복숭아, 사과, 배를 따 먹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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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 김훈

2011. 4. 22. 23:04
 두 사람의 운명이여.
 그 사이에 핀 벚꽃이런가.

 바쇼의 하이쿠다. 이걸 읽고 '바다의 기별'의 서문이 읽고 싶어졌다. 미친듯이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누구도 올려놓질 않았다. 결국 오늘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서점에 가서 구입했다. 마침 30% 할인 중이었다. 우리 인생은 '마침'이라는 부사가 어울리는 이런식의 우연들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의 기별의 서문은 시장에서 닭발 천 원어치를 사는 아이, 어두운 학교 운동장에서 혼자 노는 아이가 등장하고 강가에서 자전거를 타는 아이로 이어진다. 내가 읽고 싶었던 건 자전거를 타는 아이 부분이다.


 바쇼의 작품을 읽었을 때는 그렇게나 읽고 싶었는데, 읽자마자 눈물이 쏟아질 것처럼 외로웠는데, 
 
 타이밍을 놓쳐서인지 막상 읽을때는 덤덤했다. 이제 막 이별한 연인이 비를 맞아 떨어진 벚꽃잎들을 사이에 두고,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바람에 괜히 책만 한 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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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에서의 일주일이 지났다. 좋은 예감이 든다.
 진정성을 갖고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가진 것이 없으니 더욱 그래야 한다.
 정말 오랜만에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기타를 배우길 정말 잘했다. 그렇지만 외롭다. 에효


 나는 지금 교차로에 서있다. 크로스로드란 영화에는 악마와 계약한 로버트 존슨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가난해도 내 성에 차게 사는 일은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외롭다고 울지마라. 토닥토닥~~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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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6 - 여유

그때그때 2011. 4. 16. 00:38
 친구가 다녀갔다. 

 친구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많이 가졌다. 강한 힘과 명석한 두뇌는 타고나는 측면도 있으니까 젖혀두기로 하더라도 그는 아내와 아이, 집과 차를 가졌다. 그에겐 없지만 내게 있는 것은 '여유'일까? 친구는 내게서 여유를 빌리기 위해 먼 길을 왔다.고 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냥 내 얼굴도 보고 머리도 식히러 왔다.

 우리는 담배 연기로 방을 자욱하게 만들고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사실 내가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유를 좀 가져." 뿐이었지만 외로운 나는 친구를 붙잡고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바다에 갔다. 경포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안목으로 갔다. 우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셨다. 안목항에는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이는 낚시꾼들이 있었고, 해변을 걷는 연인이 있었다.

 친구가 온 덕분에 나는 아침밥도 거르고 실컷 잤다. 산불조심과 함께 시작된 보름간의 피로가 싹 풀렸다. 몸이 오랜만에 제 기능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여유를 찾아서 나를 찾아온 친구는 그것을 찾았을까?


 들러줘서 고맙고, 항상 고맙게 생각해.

 

 
 짤방은 일복이 터진 관계로 우리집에 오자마자 펑크난 타이어 갈고 있는 내 친구! 내가 운전대 붙잡고 있었는데, 하마터면 같이 저승길로 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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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6 - 순돌이

사진 2011. 4. 16. 00:20

012

 

 태어난 지 두달만에 나보다 힘이 세졌다. ㅡ.ㅡ
 아프지 말고 쑥쑥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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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랑에 빠진 차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면사무소에서 철수하라는 문자를 받고 잽싸게 집에 돌아왔다. 내가 운전하던 차는 식구들이 꼬마차라고 부르는 '라보'. 왼쪽으로는 도랑이 흐르고 오른편에 창고로 쓰는 하우스를 지나 두엄자리 왼쪽에 있는 낮은 비탈에 차를 세웠다. 비탈이라고는 하지만 30cm정도 높이고 비탈을 오르면 평지인 곳이다. 꼬마차가 들어가기에 딱 좋은 장소인 것이다. 모든 것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2단 기어에 차를 세우고 기어를 중립에 놓은 뒤 차가 살짝 뒤로 밀리는 느낌을 받고 내일 아침에 바로 후진으로 나가야 되니까 기어를 후진으로 옮겼다. '얼른 자야지' 생각하고 빠른 속도로 차에서 튀어 나왔다. 도랑을 건너 집에 들어가다가 잠깐 뒤를 봤는데, 차가 도랑으로 후진하고 있었다. '쿵'하더니 뒷바퀴 두 개가 다 도랑에 처박혔다. 도랑 바닥에서 지상까지의 높이는 1m 30cm 정도다. 꼬마차는 앞바퀴 두 개만 지상에 달랑 내밀고서는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30분 만에 출동한 레카차는 10분 만에 차를 꺼내더니 3만원을 받고 유유히 사라졌다.

 사라지는 레카차를 보면서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께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라고 했다. - 이 대사를 정말 오랜만에 했다. - 두 분은 웃으셨다.

 사진을 찍어두고 싶었는데, 물의를 일으킨 입장에서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아쉽다.

 며칠 전에는 낮에 바쁘게 일하다가 산불 출근 시간에 늦었었다. 급한 마음에 꼬마차를 후진으로 빼다가 오른쪽 뒷바퀴를 도랑에 걸친 적 있었다. 이 정도는 '물의'라고 부르기 어렵다. 


 급한 마음

 작은아버지는 일할 때, 마음이 급하시다. 농사를 오래 지으셨으니 일이 익숙할만큼 익숙한데다가 농사일을 빨리 마쳐야 저녁 때, 본업인 수정일을 빨리 마치고 집에 오실 수 있기 때문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나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누가 재촉하면 일하는 속도가 느려지는 스타일이다. 나는 가만히 혼자서 내버려두면 차분하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곤 한다. 엄마를 닮아서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농사일이 많이 익숙해지면 내게도 급한 마음이 생길거라고 생각한다. 일을 빨리하면 많이 놀 수 있으니까 그렇다. ^^


 쓰레기, 농부

 오늘은 옥수수 심을 밭에 소똥 거름 내고, 밑거름 뿌리고, 로타리 치고 두둑 잡고 비닐도 조금 씌웠다. 그래 우리집은 화학비료, 농약, 비닐을 모두 사용해서 농사를 짓는다. 감자밭에는 살충제를 뿌렸는데, 이번에는 뿌리지 않았다. 무농약 인증 때문인 것 같다. 우리 동네 논 두렁, 밭 두렁에는 비닐, 빈 농약 병, 음료수 캔 등 각종 쓰레기가 즐비하다. 나는 쓰레기를 잘 치우는 농부가 되고 싶다. 아까 점심 먹으러 집에 오다가 빈 맥주 캔이 보이길래 낫에 찍어서 집에 가져왔더랬다. 작은아버지가 "그런 건 뭐하러 주워오나!"라고 하셔서 "쓰레기를 잘 치워야죠."라고 했다.
 농부는 직업을 부르는 말이다. 나는 내가 선택한 직업이 무척 마음에 든다. 요즘 이런 생각을 했다. 자기 먹을거리는 무농약, 무비닐로 깨끗하게 키우고, 남에게 파는 것은 약 팍팍쳐서 키우는 사람은 농부가 아니다. 그이의 직업은 비즈니스맨이다. 반면에 농약 많이 묻혀서 키운 농산물을 암시렁않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농부다. 나는 농부후보생이다. ㅎㅎㅎ
 

 농기계

 우리집에 기름을 먹는 농기계로는 경운기, 트랙터, 두발관리기(외발관리기와 구분), 비료살포기가 있다. 나는 이것들의 작동원리는 대충 다 알고 있고, 필요에 따라서 기계를 사용해서 하는 일도 곧잘 한다. 그런데, 성격 때문인지 내가 다루는 것들을 자세히 알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곤 한다. 하지만 자동차 운전은 너무 일상적인 것이어서 자동차의 작동원리에 대해서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뭔가 이상한 마음가짐이네. 자세히 알고 싶다는 것이 작동원리를 알고 싶다는 것이 아니구나. 피곤해서 쓰다보니 이상하게 되버렸다. 그냥 각종 농기계들을 자동차 운전하는 정도로는 일상적으로 다루고 싶다. 열망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열망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짤방은 동네에서 찍은 사진, 소나무가 삐딱하게 서 있는데, 삐딱해도 살아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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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0 - 매화, 동네

사진 2011. 4. 10. 00:41

012


 
 요즘 진짜 피곤하다. 이제 잠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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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9 - 경포대

사진 2011. 4. 9. 17:49
 오랜만에 바다엘 갔다. 파도의 포말이 주는 포만감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중에 수평 맞은 것

FX 36으로 찍은 사진 중에 수평 맞은 것

경포에는 항상 사람이 있어서 좋다. 나는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데, 경포대는 언제나 사람이 있기 때문에 좋아한다. ㅡ.ㅡ 

  수평선을 수평 맞춰 찍는 일은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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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이다. 봄철 산불조심 알바를 다시 시작했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바뀌었다. 이번에도 공직생활을 오래하신 연세가 지긋하신 분과 함께다. 나는 주로 얘기를 듣고 맞장구를 쳐주는 쪽이기 때문에 크게 바뀐건 없다. 아저씨가 DMB로 KBS뉴스를 보시더니 박정희 예찬을 늘어 놓으신다. 박정희가 기와집을 지었는데, 다음 대통령들은 집에 세간을 들일 생각은 하지않고 기왓장을 팔아먹었다는 맥락이다.

 어제 아침을 먹다가 작은어머니께 새 파트너가 박정희를 좋게 얘기해서 들어주느라 혼났다고 말했다. (괜히 말했다. ㅡ.ㅡ) 작은어머니께서는 "나도 좋아하는데."라고 하셨다. 최근 작은어머니는 독도 관련 뉴스가 나오면 격분하시면서 저런 놈들을 도와줘야 하냐고 자주 묻는다. 그러면 나는 우리나라에도 밥을 굶는 사람들이 많은데, 교회에서 해외선교를 나가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니냐고 묻고 싶기도 하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내 새 파트너분께서는 박정희 얘기를 하시면서 북한에다가 이것저것 다 갖다 퍼줬다면서 DJ와 노무현을 욕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비슷한 과정의 사유를 하고 계신듯하다.

 중요한 사실은 박정희는 일본사람이고 한일수교를 맺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따님께서 쿠테타를 일으킨 전두환에게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곁가지로 알아두자. 

 작은어머니는 이스라엘을 좋아하신다. 성지순례도 다녀오셨다. 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사실은 박정희는 일본사람이라는 것과 배고픈 시절을 겪었던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 다수가 박정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박정희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다수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싫어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경제성장 과정에서 일본을 따라하지 않은 것은 AV 산업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냥 좀 이상해서 적어둔다.

 요새 '빅뱅이론'을 보고 있기 때문에 조금 삐딱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짤방은 박정희와 무관한 하늘 - 폭설에 무너진 하우스 철거하다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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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9 - 도마뱀, 쥐

사진 2011. 3. 29. 21:25

 감자 심을 밭에 비닐 걷다 발견했던 도마뱀 - 죽진 않았겠지?


내가 버린 쥐새끼 - 버릴때는 살아 있었는데 내가 버린 모양대로 죽었다. 


 1cm 접사가 가능한 카메라가 갖고 싶다. XZ-1의 최저가가 30만원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없으니 그냥 지금에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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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우는 23일에 태어났다. 너무 어린 덕분에 아직 번호표를 붙이지 않았다. 순우는 숫송아지다. 내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따와서 이름 지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완전 귀엽다. 오늘은 하루 종일 감자 심을 밭에서 비닐을 걷었다. 올해부터는 해를 넘겨서 농사를 앞두고 비닐을 걷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비닐 걷는 중간에 송아지들 보러 갔더랬다. 여섯 마리가 막 뛰어다니는 모양이 내 얼굴을 환하게 만든다. 



애미가 저녁 먹는 틈을 놓치지 않고 세차게 젖을 빠는 순우

 


'푸딩 카메라'란 어플을 받아서 테스트로 찍어봤는데, 잘 나왔다. 얘네 둘이 사귀는 건 아니다. 아이폰에 달린 카메라가 내 생각보다 더 맘에 든다.


 
 4.3 완탈 나오면 해킹해서 유료 카메라 어플도 다운 받고,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파판3 - DS 판을 이식했는데, 퀄리티가 매우 높다. - 를 즐기려고 했는데, 무심결에 4.3.1 업데이트를 눌러버렸다. 당분간 파판은 터치로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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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표 붙인 순달이


 아침 여섯 시 반에 마구간에 올라가서 소들한테 사료를 줬다. 오늘은 젖소들 10마리가 한꺼번에 경기도 가평으로 팔려나가는 날이다. 얼룩이의 움찔거리는 표정과 구유 바깥으로 사료를 다 흘리면서 쩝쩝거리는 먹쇠를 보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엄청 섭섭했다. 그래서 젖소들한테는 평소보다 사료를 많이 줬다. 그네들은 자기들의 운명도 모르고 잘 먹는다.

 아침을 먹고 여덟시에 마구간에 다시 올라갔다. 이번에는 송아지들 귀에 번호표를 찍었다. 오른쪽 귀에는 번호표를 왼쪽 귀에는 그냥 동그란 플라스틱을 찍는다. 나는 송아지들을 붙잡고 작은 아버지는 번호를 찍는다. 마치 예전에 봉제공장에 다닐 때, 새 옷에 가격택을 찍듯이 송아지들 귀에 번호표를 찍는다. 순돌이, 순규, 순영이, 순달이, 순식이까지 다섯 마리는 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는 번호로 불릴 것이다. 순돌이는 귀에 피가 났다. 얼마나 아팠을까? 작은아버지는 괜찮다고 하셨다.

 젖소들을 차에 실었다. 역시나 예전에 봉제공장에 다닐 때, 옷 박스를 화물차에 싣듯이 마구 실었다. 끝까지 타지 않으려고 힘을 썼던 한 마리는 결국 밧줄과 트랙터를 연결해서 압도적인 힘으로 짐칸에 구겨 넣었다. 3.5톤차가 오는 바람에 여덟 마리만 차에 태웠다. 임신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두 마리는 좀 더 키워서 새끼 낳기 서너달 전에 팔기로 했다. 짐짝이 되어 구겨진 소들을 태우고 가평까지 달렸다.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

 젖소들의 새 주인이 된 아저씨는 구제역 파동으로 소 198마리를 묻었다고 한다. 돈은 많이 벌겠지만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 그래도 젖소들의 새 집은 우리 외양간 보다는 널찍하고 좋은 환경이었다.

 저녁에 사료를 주러 올라갔더니 소들이 왜 이제 오느냐면서 일제히 울어 제낀다. 사료를 부어주고 짚단을 올려주는데, 짚단에서 물컹한 것이 만져진다. 자세히 보니 아직 몸을 가누지 못하는 어린 쥐다. 분홍색이다. 예쁘다. 두 마리다. 대수롭지 않게 소들한테 던져버리고 그 짚을 소들에게 줬다. 

 저녁 먹으면서 작은아버지에게 그런 걸 먹여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아무 문제 없다고 하셨다. 

 소들은 나한테 위로를 주는데, 나는 소들한테 먹을 것만 준다. 가끔은 위생적으로 매우 불결한 것도 준다. 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뭔가 뒤틀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들도 나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소들을 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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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물, 멕시코 담배

사진 2011. 3. 22. 20:34


강릉에 눈이 왔다. 많이 왔다. 이것이 눈이 오면 확연히 드러나는 집 앞 도랑의 검은물이다.




이 선배가 준 멕시코 담배 '빠로스'.
다 피웠다.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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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6 - 35486, 순달이

사진 2011. 3. 16. 17:55

새끼 잘 낳으라고 며칠째 독방을 쓰고 있는 35486 - 뭔가를 먹거나 앉아서 쉬지 않을 때, 소들은 주로 핥으면서 논다.
 
순달이,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됐기 때문에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가만히 있을 뿐이다.

 순달이, 기운차게 움직이질 않는다. 젖도 빠는둥 마는둥 한다. 걱정이다. 내가 관찰하지 않을때만 활발하게 노는지도 모른다.

개나리 꽃망울일까? 엊그제 찍었다. 강릉에는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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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3


 바지랑대 옆에 오징어는 말라가고 어제랑 오늘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식구는 셋인데, 오징어는 네 마리다. ㅡ.ㅡ;

 살랑살랑 소 아침 여물 주고, 살랑살랑 고추 모종에 물 주고, 살랑살랑 트럭을 몰고 구정면에 가서 등겨 실어오고, 살랑거리면서 소 저녁 여물 줬다.

 지난 한파에 자동수도가 고장나서 말통에 물 받아 나르느라 신체단련이 많이 됐는데, 오늘 드디어 동파된 곳을 찾아내서 수도를 고쳤다. 무척 기쁘다. 소들은 덩치만큼 물도 많이 먹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20마리가 넘는 소한테 물을 날라주는 일은 끝없이 흘러 내리는 모래로 산을 쌓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힘들었더랬다. 휴우~~ 

 밤에는 모처럼 시내 나들이 갔다. 옥상이 무방비로 뚫려있는 건물을 발견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곤 시내 커피숍에 혼자 앉아서 마음에 드는 글을 썼다. - 이게 제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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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5일 째를 맞은 순규, 뒤에 자빠져 있는 건 순돌이

순영이 - 귀빠진 날,
새끼 낳은 날, 사람을 경계하고 있는 순영이 엄마 - 엄마소는 이름 없음

 어제 송아지 한 마리가 또 태어났다. 이번에도 어미가 알아서 잘 낳았다. 어미소 덩치가 크기 때문일까? 막 태어난 새끼가 생후 4일 째였던 순규보다 덩치가 좋았다. 사진에서는 투우소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순영이 애미는 무척 순해서 젖을 쉽게 물렸다. 고맙다. 

 아까 낮에 보니까 송아지 세 마리가 사이좋게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있었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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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7 - 송아지

사진 2011. 2. 17. 18:52

 오늘 찍은 사진이다. 생후 6일 째를 맞은 숫송아지다. 이름은 '순돌이'다. 완전 귀엽다. 흡사 사슴 새끼 같기도 하다. 송아지들도 소들처럼 끊이없이 몸을 움찔거리기 때문에 똑딱이로 찍기는 쉽지 않는데, 몇십 장을 찍은 끝에 한 장 건졌다.

 어제도 송아지 한 마리가 태어났다. 소들 중에 한 마리가 아침 사료를 잘 안 먹길래 작은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새끼 낳으려고 하나보다고 하시면서 격리조치했다. 점심먹고 우사(牛舍)에 갔더니 암송아지가 태어나 있었다. 새끼 몸에 사료를 뿌려서 지 새끼를 외면하고 있는 어미소를 유혹했다. 어미가 핥아줘야 털이 금방 마른다고 한다. 송아지가 스스로 일어설때까지 기다렸다가 젖을 물렸다. 어미소가 젖멍울때문에 아파서 그런지 계속 발길질을 했다. 그래서 작은아버지랑 나는 앞다리랑 뒷다리를 한쪽씩 묶는 극단적이 방법을 선택했다. 어미는 많이 아팠는지 묶인 뒷다리로 연신 발길질을 했다. 

 오늘 오후에 가서 계속 관찰했는데, 젖멍울이 많이 풀렸는지 어미가 어제처럼 새차게 젖을 찾는 새끼를 뿌리치지 않았다. 사료를 먹은 다음에는 새끼를 막 핥아줬다. 감동적이다. 어제 나온 녀석 이름은 '순규'로 정했다. 젖을 실컷 먹은 순규는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완전 귀엽다. 올해 나오는 송아지들은 順 자 돌림으로 이름을 지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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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에 삼십 시간동안 1m 가까운 눈이 내렸다. 어제는 눈사람도 만들고 재미있게 놀았었는데, 오늘은 눈 치우느라고 힘들었다. 강릉에 와서 처음으로 허기를 느꼈다. 이번 눈에 비닐을 새로 씌우려고 했던 하우스 두 동 중에 한 동이 무너졌다. 외양간 지붕도 조금 내려 앉았다. 몸도 지치고 눈 피해도 입었지만 눈이 가득 쌓인 동네는 한없이 포근하기만 했다. 어제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며 소똥을 치운일도 즐거웠고, 놀러온 친구와 차가 다니지 못하는 대로를 함께 걸었던 일, 눈을 헤치며 길을 내서 집에 도착한 일도 즐거웠다. 작은아버지랑 작은어머니의 생활에는 눈이 온 것에 대한 낭만이 없는데, 내 생활에는 낭만이 있다. 생활에는 낭만이라는 것이 있어야한다. 하지만 이번같은 눈이 두 번 정도 더 온다면 내 생활에도 낭만이 없어질 것 같긴 하다.

 오후에 소가 새끼를 낳았다. 송아지가 나오는 장면을 처음 봤다. 작은아버지랑 함께 송아지 다리를 붙잡고 어미소 뱃속에 있는 녀석을 힘껏 잡아당겨 꺼냈다. 소도 송아지도 사람도 힘든 시간이 지나고 송아지가 쑥 하고 빠져나왔다. 작은아버지는 갓 태어난 따끈한 송아지를 울타리에 걸쳐 놓고 깨끗하게 닦아주셨다. 나는 새 생명의 뜨거운 열기를 두 손으로 느끼면서 녀석을 붙잡고 있었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감촉이었다. 작은아버지는 양수 때문에 막혔을지도 모르는 송아지의 콧구멍에 입을 대고 빨아들이고 뱉어내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셨다. 저녁에는 송아지한테 젖을 물리기 위해서 젖병을 빨게 했다. 젖을 빨고 이틀만 지나면 펄쩍펄쩍 뛰어다닌다고 한다. 뛰어다니기 시작하면 사진도 찍어주고 친하게 지내야겠다. 

 짤방은 멀리서 송아지를 지켜보고 계시는 작은아버지,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계셨더라면 이 사진이 올해의 베스트 샷이 될 뻔했는데, 아쉽다. 손에 들고 계신 것은 눈삽인데 눈 치우는 용도 보다는 다른 용도로 활용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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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눈이 와서 눈사람을 만들었다. 외양간-이라고 부르기엔 규모도 크고 나름 현대식 설비를 갖추었다.-앞에 만들었다. 세 마리를 만들었는데, 얘가 제일 처음에 만든 녀석이다. 프란츠 카프카를 닮은 것 같아서 맘에 들었다.

 오후에 소 밥주러 올라갔다가 2호랑 3호를 만들었다. 왼쪽에 눈깔을 두 개 박아 놓은 녀석이 2호다.

 그리곤 밤 사이에 미친듯이 눈이 왔고 눈사람들은 봉우리가 되었다.

 어제 한군이 놀러와서 시내에 나갔다가 자고 들어왔다. 눈 때문에 차가 다니질 못했다. 한군을 집에 데리고 왔다. 우리 동네에는 사진만큼 눈이왔다.

  
 외양간에서 작업중이신 작은아버지, 당분간은 이 사진이 올해의 베스트 샷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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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소는 발굽이 두 개다. 구제역은 발굽이 두 개인 동물한테만 생긴다. 

 예전에 강릉에서는 구제역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소가 있으면 소 혀에 왕소금을 박박 문대거나 발굽사이에 생긴 수포(물집)를 인두로 지졌다고 한다. 그래놓고 소가 살아남으면 좋고 죽으면 죽는대로 잡아 먹어서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구제역은 치사율이 높지 않다. 

 어른들께 들은 이야기라 기억해 둔다.


 사진에 찍힌 젖소는 이름이 '얼룩이'다. 물론 젖소들은 다 얼룩얼룩하다. 얘는 낯을 많이 가려서 사료를 먹다가도 사람이 다가가면 사료통에서 고개를 뺀다. 그리고 다른 소들한테 힘에서 많이 밀리는지 자기 몫을 잘 못 챙겨 먹었었다. 같은 칸에 있는 소 다섯 마리 중에서 가장 먼저 새끼를 낳을 소인데 다른 애들에 비해서 너무 말랐다. 그래서 요즘에 특별관리하에 두고 엄청나게 많이 먹이고 있다. 그랬더니 약간 살이 붙는 것 같다. 

 사진은 약간 사나워보이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엄청 순하게 생겼다. 


 가운데 있는 소가 '먹쇠'다. 먹쇠는 얼룩이랑 같은 칸에서 살고 있는데, 사료 먹을 때,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우악스럽게 처먹는다. - 나머지 소들은 대체로 고개를 쳐박고 먹는다. - 작은아버지가 가끔 "이 새끼 또 고개를 쳐들고 처먹네."라고 하시면서 사료 먹고 있는 놈 이마를 툭툭 때리신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따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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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9 - 소

사진 2011. 1. 19. 19:10
 어제 오후에 모처럼 혼자서 일했는데, 덕분에 소를 찍을 수 있는 여유가 잠깐 있었다.


 차를 세우고 우사 안으로 들어가면 소들이 일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릴때가 있다. 소들이 나를 보고 '이 새끼가 사료 주러 왔나.' 싶어서 그런것같다. 작은아버지가 가끔 새벽 네 시에 아침밥을 주러 가실 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소들이 '이 새끼가 미쳤나.' 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소들한테는 나도 작은아버지도 다 <이 새끼>일 뿐이다. 
 똥 치운지 얼마 안됐는데, 다시 똥들이 쌓여간다.
 

소 두마리가 짚을 빼 먹고 있는데, 한 마리가 뒤에서 슬금슬금 기어간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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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3 - 어명정

사진 2010. 12. 13. 19:28
<어명정 - 바우길 3구간의 중간 지점>

 산불조심 기간 중에 한 번 올랐다. 보현사 쪽에서 오르기 시작해서 한 번도 안 쉬고 올라왔는데, 많이 힘들었다. 하드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 쉬고 오르는 것에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날이 좋았으면 더 멋진 사진이 됐으려나?
 어명정은 유서깊은 곳은 아니고 여기 소나무를 잘라다가 광화문 복원에 사용한 기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부질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르는 길이 좋았으니 그냥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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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7 - 안양천

사진 2010. 12. 7. 19:29

올 여름에 자전거 타고 안양에 가다가 중간에 멈춰서 찍은 사진인데, 무척 마음에 든다. 장소는 오목교에서 안양역까지 가는 자전거길의 중간 정도 지점인 것 같다. 연말을 맞아 비공개글 정리하다가 get!

오늘 건강보험공단에 가서 무상거주 신청서를 작성하고 보험료 할인 받았다. 그래도 한 달에 팔천 얼마 내야한다.
그리고 국민연금관리공단에 가서 국민연금 납부예외 신청했다.

그래서 홀가분하다. - 최근에 어느 아주머니에게 '농사 짓고 살면 뱃속이 편안하다.' 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런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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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사진 2010. 11. 23. 19:29


 올 가을에 한 번 다녀왔다. 조용하고 좋은 절이다. 길상사는 성북동 팔자대문 집들 - 개인적으로는 '궁전'이라고 부른다.- 사이에 둘러쌓여 있어서 그런지 무척이나 평화로운 분위기가 돈다.  

 오늘, 보광리 어슬렁 거리다가~~

 내가 이런 평화를 느끼고 있을 때, 연평도에는 폭탄이 떨어졌다. 기억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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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9 - 숲

사진 2010. 11. 19. 19:04
<어흘리 어느 숲 속>

 이 사진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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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7 - 억새

사진 2010. 11. 7. 19:18



유급 산불감시 요원이 돼서 산불 감시를 다닌다.
빛을 쪼인 억새들이 반짝 거리는 것이 꼭 사람이 우는 모습처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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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야구장

사진 2010. 10. 29. 20:19
<작년 가을 - 경기가 끝나고 텅빈 그라운드>

 이 사진도 잘 찍은 건 아닌데...
 이후에도 야구장에 몇 번이나 갔지만 아무리 찍어도 이 정도 간지가 나오질 않는다. 목동 야구장 입장료 너무 비싸~~
 내년엔 더 오르겠지..

 촌에 살더라도 일년에 한 번 정도는 프로야구를 야구장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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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감나무에 감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지나가다 한 개씩 따 먹는다. 따기 귀찮은때는 땅에 떨어진 걸 주워 먹는다. 씻어 먹을때도 있지만 대충 속만 쏙 빼먹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500년도 넘었다는 동네 은행나무인데, 논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위쪽은 죽었고 아랫쪽은 살아있다. 향후에 내 논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제 트럭 타이어 빵꾸나서 손 놓고 있던 중에 하늘이 좋길래 잠깐 동네 출사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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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1 - 소

사진 2010. 10. 21. 19:47


실내에서 똑딱이로 소 찍는 거 정말 어렵다. 소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셔터스피드는 잘 나와봐야 30분의 1초다.
19마리 소 중에 내가 이름을 지어준 게 세 마린데, 얘는 그 중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소를 정면에서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하마랑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검색을 통해서 하마는 소목 하마과의 동물이고 코뿔소는 말목의 동물이라는 걸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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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 EE-3 첫롤(TMAX 100)

사진 2010. 9. 29. 20:20
<동생 - 옥상>
<고교동창들 - 용인>
<고교동창 둘 - 역곡>
<개봉역>
<개봉역>

처음 찍은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애들 표정 완전 웃겨. ㅋㅋ
첫롤을 통해서 셔터를 누르려던 손을 멈춰야 하는 순간들이 언제인지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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