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6/02/22 | 1 ARTICLE FOUND

  1. 2016.02.22 20160222 - 어쩌다 하나씩

소고기 미역국을 먹다

아내의 퇴근을 기다리며
미역국을 끓인다
자식 키워 봐야 소용 없다고
명절에 엄마가 아들 먹으라고 싸 준 양짓살을
겉만 익혀서 한 입 크기로 자른다
내 각시 먹이려고 자른다
도마와 칼에 저미는 핏물
이 고기도 누군가의 자식이었다
생명으로 국을 끓여서
생명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유없는 우리사이처럼
미역국엔 이유불문 참기름이다
고기와 통마늘을 볶는다
마늘 다지는 게 귀찮았다
당신이 귀찮은 것은 아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마늘을 많이 넣는다
불려둔 미역을 넣고 계속 볶는다
물만 닿으면 다시 살아나는 미역이
당신만 보면 활기찬 내 마음 같다
간장으로 간을 하고 
물을 붙고 팔팔 끓인다
한 번 끓으면 불을 줄이고
살살 끓이며 간을 봐야 하는데
간 보기가 귀찮다
당신이 귀찮은 것은 아니다
매일 태어나는 우리 사랑을 축하하려고
오늘 저녁엔 미역국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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