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6/01/25 | 3 ARTICLE FOUND

  1. 2016.01.25 20160125 - 어쩌다 하나씩
  2. 2016.01.25 20160125 - 어쩌다 하나씩
  3. 2016.01.25 20160125 - 어쩌다 하나씩

보고 싶다

나이 어린 조카들이
동생과 이혼한 지들 엄마 보고 싶다고 운다
명절에 부모들이 상에 치킨과 피자를 올려놓고 운다
믹스 커피를 마실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한 청년이 막걸리집 문 앞에서 비를 맞으며 영숙이란 이름을 목놓아 부른다
어쩌면 이 청년이 나였을까
깊은 밤 선잠에서 깨자 마자 네 얼굴이 떠올라서 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보고싶다
AND

툇마루

온종일 콩밭에 김을 매고
더 이상 지칠 수도 없는 몸으로
툇마루에 앉아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막걸리를 마셔본 적 있는가
나를 찾아온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
석양을 맞으며 대자로 뻗어서
잠들어 본 적 있는가
겨울 오후 먹이를 찾아 툇마루에 올라온
고양이 새끼를 쓰다듬은 일은 어떠한가
비 오는 날 툇마루에 누워
떨어지는 빗방울을 세며 담배를 피워도 좋을 것이다
담배 연기는 하늘로만 하늘로만 흩어질 것이다
그 툇마루에 햇빛과 달빛과 별빛이
당신과 나의 삶이 그리고 죽음이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일 것이다
AND

실업급여


병신년 겨울
우랄 블로킹이 만든
우라질 추위

내 동료이거나
학교 후배
친구의 아내이거나
옆집 아저씨
아버지의 친구이거나
나보다 두 배는 오래 살았을 아주머니

정년이거나
계약이 끝났거나
회사가 망했거나
억지로 그만두게 됐거나
아직 밀린 돈을 못 받은 사람들
나랑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고용센터에 모였다

일 마치면 몸이 힘들어서
일 없으면 마음이 괴로워서
매일 술을 마시고
담뱃값이 아무리 올라도
어려서 배운 담배는 끊을 길이 없다
월세 살고 백 만원 짜리 고물차를 타도
각종 세금을 한 번도 밀려본 적 없다

이런 나에게
그 동안 고생 했다고
얼른 다시 일 하라고
나라에서 돈을 주네
겨울에 일 없는 일용직에게
먹고는 살라고 공짜돈을 쥐어주네

이렇게나 친절한 내 나라에게 감사할까
이런 나라를 만들어 준 조상님께 감사할까
무엇에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는 사이에 교육이 끝났다

- 이따가 돈 입금될거에요

사람들이
그리고 삶들이
소리없이 흩어진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