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병신년 겨울
우랄 블로킹이 만든
우라질 추위

내 동료이거나
학교 후배
친구의 아내이거나
옆집 아저씨
아버지의 친구이거나
나보다 두 배는 오래 살았을 아주머니

정년이거나
계약이 끝났거나
회사가 망했거나
억지로 그만두게 됐거나
아직 밀린 돈을 못 받은 사람들
나랑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고용센터에 모였다

일 마치면 몸이 힘들어서
일 없으면 마음이 괴로워서
매일 술을 마시고
담뱃값이 아무리 올라도
어려서 배운 담배는 끊을 길이 없다
월세 살고 백 만원 짜리 고물차를 타도
각종 세금을 한 번도 밀려본 적 없다

이런 나에게
그 동안 고생 했다고
얼른 다시 일 하라고
나라에서 돈을 주네
겨울에 일 없는 일용직에게
먹고는 살라고 공짜돈을 쥐어주네

이렇게나 친절한 내 나라에게 감사할까
이런 나라를 만들어 준 조상님께 감사할까
무엇에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는 사이에 교육이 끝났다

- 이따가 돈 입금될거에요

사람들이
그리고 삶들이
소리없이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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