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6/01/15 | 2 ARTICLE FOUND

  1. 2016.01.15 20160115 - 어쩌다 하나씩
  2. 2016.01.15 20160115 - 어쩌다 하나씩

오후 세 시의 시장 아저씨

1톤 트럭 짐칸에서 튀김옷을 반죽하는 아저씨
정육점 냉장고를 청소하는 아저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을 매대에 올려놓는 아저씨
브로콜리며 양상추 같은 걸 정리하고 있는 아저씨
전 부치는 아줌마 뒤에서 그릇 설거지 하는 아저씨
기름솥에 닭 집어넣는 아저씨
늦은 점심을 허겁지겁 먹는 생선가게 아저씨
내일 빵을 위해 밀가루 반죽하는 아저씨
폐업정리를 외치는 속옷가게 아저씨
지나는 사람들을 멍하게 바라보는 족발집 아저씨
손님과 소주 한 잔 찌끌이는 순대국집 아저씨
결혼 전까지 나를 키워준 시장 골목
지난달에 문을 닫은 명동라사
굳게 내려진 셔터
지금은 세상에 없는 우리 아버지

AND

오늘밤


만취하면
사랑 그까짓 것
적당히 취하면
사랑 그런 것
맨정신엔
당신 뿐

오타를 바로 잡을 수 있을 만큼만 취한 밤에
이 한 줄을 쓰기 위해 빽 스페이스 열 번을 누른 밤에
'어'가 아가 되고 '여'가 야가 되는 밤에
글을 마칠 때면 세상이 끝나도 모를만큼 무너저 버릴 것 같은 밤에
허세만 남은 밤에
당신이 곁에 없는 이 밤에
사랑이란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 오늘밤에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