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6/01/22 | 2 ARTICLE FOUND

  1. 2016.01.22 20160122 - 어쩌다 하나씩
  2. 2016.01.22 20160122 - 어쩌다 하나씩

도플갱어

시베리아 어디쯤에 사는 고려인 중에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 하나 있으면 좋겠다
담비털로 만든 목도리를 두른 그이가
바이칼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고
툰드라 지역에서 순록을 기르고
순록 가죽을 밀이나 감자와 교환하고
백야의 여름밤엔 동굴 같은 집에서 나와
하늘을 보며 아내와 술도 한 잔 마시고
집 안에는 나를 닮은 아이들이 끌어안고 잠들어 있으면 좋겠다
나랑 마음씨는 다르겠지만
또 다른 나는 그렇게 살아줬으면 좋겠다
AND

삼치 조림


잘 다듬어진 생물 삼치
한 겨울에도 싱싱한 제주도 무우
냉장고에서 썩지도 않는 철지난 마늘
이토록 편하고 쉬운 세상에
간장 고추장 설탕 고추가루 같이 기본적인 양념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쉬운 요리
당신을 위해 만들지만
나를 위해서 무우 위에 감자도 깔고
내가 바라는 우리 사랑처럼
그 위에 삼치를 예쁘게 덮고
이것저것 섞은 양념장을 생선 위에 얹는다
간도 보지 않은 내 사랑이 익어간다
아차, 사랑을 너무 쉽게 생각했을까
양념장에 설탕을 넣지 않았네
달콤함이 빠진 사랑은 너무 슬프지
익어가는 생선 위에 설탕을 뿌린다
뒤늦게 간을 본다
아차차, 너무 달다
달콤하기만한 사랑은 마지막에 울게 되지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이런 내 조바심도 모르고
달지만 맛있다고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당신 모습이 찐하다
사랑은 달아도 짜도 상관 없는 것
간을 못 맞춘 삼치조림 같은 것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