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시베리아 어디쯤에 사는 고려인 중에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 하나 있으면 좋겠다
담비털로 만든 목도리를 두른 그이가
바이칼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고
툰드라 지역에서 순록을 기르고
순록 가죽을 밀이나 감자와 교환하고
백야의 여름밤엔 동굴 같은 집에서 나와
하늘을 보며 아내와 술도 한 잔 마시고
집 안에는 나를 닮은 아이들이 끌어안고 잠들어 있으면 좋겠다
나랑 마음씨는 다르겠지만
또 다른 나는 그렇게 살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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