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한 줄로 부르기 아까워
    두 줄로 당신을 부르겠소
    당
    신
    한 줄로는 아쉬워
    두 줄로 사랑을 쓰겠소
    사
    랑   
    앞 뒤로 글짜를 더해 보았소
    당신
 당신 
    사랑
 사랑

    세 줄짜리 당신이 있다면 세 줄로
    백 줄짜리 사랑이 있다면 모든 페이지의 끝까지
    당신을 사랑하겠소

AND

네잎 클로버

바닥을 들여다 보다가
네잎 클로버를 보고
조심스레 수확했다
그대로 두면 금방 마를 것을 알지만
일단은 손에 쥐고 있다
네잎클로버가 발생할 확률은 오천 분의 일
이 숫자는 공신력이 있나?
이 숫자를 알아낸 사람은 누구인가?
이 숫자는 수학인가 과학인가?
둘 중에 누가 먼저고 어느쪽이 더 행운인가?
복권에 당첨되야만 행운은 아니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오천 분의 일의 오십만 배 정도 된다
오 천 분의 일짜리 행운을 어디다 쓸까
길을 가다 돈이라도 줍나?
누군가 나를 칭찬해 주나?
나머지 사천 구백 구십 구개의 행복은 다 어디에 있나
클로버를 쥐었던 손에 힘을 뺐다

AND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우울감은 많이 줄었다. 약발이 받는다. 다만 자다가 자주 깨는 일은 여전하고 레피졸에 발기부전이나 정력감퇴 부작용이 있나? 생각해 본다. 그런일로 우울하진 않다. 

 며칠 전에 사무실 뒷동산을 걷던 중에 어디서 나타났다가 사라졌는지도 모르는 벌한테 쏘였다. 하루 지나니까 쏘인 왼손이 주먹왕 랄프가 되기 직전이길래 병원에 다녀왔다. 선생님이 약 먹는 거 있는지 묻는 바람에 외과 선생님과 잠깐 신경정신과 상담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정하지 않고 시간 나는 날에는 아버지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은 편해지나? 아무튼 그렇게 하기로 했다. 엄마한테는 굳이 아버지 보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엄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영상통화로 대체가 가능하다. 지난 토요일 영상통화 때, 아버지가 엄마 보고 유난히 좋아했던 게 기억난다. 그보다 더 기억나는 건 아버지가 혼자 있는 시간에 울었다는 사실이다. -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또 울면 안돼요, 라고 해서 알게 됐다. - 아버지, 울지 말아요.

 전자렌지를 샀다. 2012년에 혼수로 샀던 오븐겸 레인지가 고장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새 것 테스트 하려고 냉동 피자를 돌렸다. 우리 연립의 전력 총량의 문제인지 새 전자렌지도 잠깐 돌아가다가 꺼지길 반복했다. 내년에 이사 가야 하나? 이런 사소한 일들로 스트레스 받는게 싫다. - 큰 스트레스는 아니다.

 중복날 아내랑 소고기 구워 먹었다. 고기를 잘 안 먹는 아내가 흔쾌히 오케이 해줬다. 고기가 맛있진 않았지만 아내가 맛있게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무빙'이란 시리즈가 생각났다. 무빙에 울적한 류승룡이 아내랑 고기 먹는 장면이 나온다. 무빙은 '부부가 한 달에 한 번 저녁 식탁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일의 위대함' 을 알려주는 시리즈란 생각을 했고 아내에게 말해줬는데, 아내는 '무빙'을 보지 않았다. 아내랑 뭘 같이 먹을 때, 그 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먹는 다는 행위 자체를 좋아해서 그럴수도 있다.

 회사는 인사철이 끝났다. 인사 조치로 전에 있었던 직장 상사가 다시 오게 됐다.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고 실제로도 좋은 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 나도 좋은 놈은 아니지 -  여긴 직장이니까 오거나 말거나 내 할일이나 하고 이 사람이 나한테 뭐 시키면 부당하지 않은 선에서 하면 될 일이다. 그래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
 회사에서 바쁜 일이 몇 건 끝나서 당분간은 큰 건수 없이 자잘한 업무만 처리하면서 지낼 계획이다.

 계속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예정이다. 여름을 거치면서 우울감이 계속 줄어들면 좋겠다.
 
 정치 뉴스를 보면 나라가 미쳐 돌아간다는 생각 밖에 안든다.
 날씨를 느끼고 생각하면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는 생각 뿐이다.

 괜찮은 건가?  내가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것이다. 아내가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괜찮은 것이다.

 여전히 사랑으로 산다. 사랑으로만 산다.

 엄마 젖 만지는 꿈 꾸고 벌에 쏘였기에 복권을 샀는데 꽝이었다. 어렸을 때 엄마 젖 만지는 버릇은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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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

역사상 최고를 갱신하는 더위를 생각한다
지날 달에도
지지난 달에도
이번 달에도
다음 달에도
다다음 달에도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더워서 못살겠다는 사람들도
아직까지는 살고 싶다
복날이면 삼계탕 같은 걸 먹기도 하면서
나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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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 생일

오늘로 16791일째를 살고 있습니다
자는 일로 5500일 정도를
먹는 일로 700일 정도를 보냈습니다
기억하기에
기분좋았던 시간은 100일 정도
슬퍼서 울었던 시간은 단 하루 정도입니다
눈물이 너무 짠가 싶기도 하지만
대체로 웃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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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주 토요일에 손윗 처남이 본인 자동차를 나에게 줬다.
 
 - 지난주 일요일에 먼저 타던 자동차 키를 잃어버렸다.
 
 - 어제(7월 9일) 아내가 첫 번째 교통 사고를 냈다.
 
 
 처남이 준 자동차는 맘에 든다. 쉐보레에서 나온 아베오란 차다. 명의이전을 하는 문제가 있는데, 내 이름으로 보험을 들면 할증이 많이 붙는 문제가 있어서 일단은 처남 이름으로 타는 게 현실적이다. 더구나 아내가 교통사고를 냈는데, 아내차도 명의랑 보험이 내 이름이다. 처남과 대화를 나눠봐야 하는데, 선뜻 전화기에 손이 가질 않는 현실이다.
 
 140만원 주고 사서 올 초에 보험료만 130만원 내고 잘 타던 내 자동차는 잃어버린 키를 찾지 못해서 뒷유리 부수고 - 이웃들이 도와줌 - 짐 빼고 오늘 아침에 보험 불러 견인 후 카센타로 보냈다. 나에게 본인 차를 팔았던 카센타 사장님이 알아서 폐차해주기로 했다. 이 건 처리하느라 오늘 두 시간 지각처리했다. 전륜차에 전자식 사이드브레이크가 잡혀 있어서 바퀴 안굴러 갈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앞바퀴가 굴렀다. 무사히 잘 끝났다.
 
 아내는 차를 빼려고 후진하다가 D인줄 알았는데 R에서 엑셀레이터 밟아서 사고를 냈다. 아내 말로는 큰 소리가 났다고 하는데, 내가 사무실에 있어서 현장에 갈 수 없으니 일단 상대차 번호 받아서 연락을 시도했다. 근데 전화를 안 받네. 오후엔 전화를 두 번 받았는데, 받자마자 '여보세요' 한 마디 없이 전화를 끊었다. 뭐 어쩌자는 거지? 아내차는 좀 크게 다쳤지만(견적 80이상 나올 것 같음) 아내가 찍은 사진으로 확인한 상대방 차는 그냥 타자면 탈 수도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그 자동차가 어제 5시까지는 집 앞에 있었다는데, 6시 40분에 내가 퇴근했을 때는 사라졌다. 그래놓고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버린다. 어지럽다. 어지러워. 일단 우리 연립이나 동네 차는 아닌 것 같다. 기다려봐야지 어쩌겠나. 찝찝함이 계속 남아 있다. 
 

 세 가지 자동차 이슈로 여기저기 연락하고 머리 굴리느라 마음이 반파됐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세 건이 다 연결돼있네. 아내는 첫번째 사고로 충격을 받아서 마음이 반파됐다. 반파된 사람들끼리 맛있는 거 사 먹어야겠다. 처남한테는 언젠가 전화를 하면 되는데. - 처남이 은근히 쿨함 - 아내의 사고 건은 언제가지 기다려야 하나. 첫 번째 교통 사고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법인데 - 나는 2000년대 초반에 60킬로 미터 정도로 지나가다가 거리감을 잘 몰라서 서 있는 대형트럭을 지나치면서 백미러 하나 해 먹었던 게 첫 사고였다. -  아내가 침착하게 잘 대처했다.
 
 
 아내에게 내가 반파상태라 하니 본인은 완파상태라고 한다. 반파된 마음으로 어지럽게 살아간다. 저녁에 소주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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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에 회사 휴가 냈다. 6시에 운동 갔다오고 김밥 한 줄 사 먹고 지난번에 혈압 문제로 못했던 헌혈하고 - 혈장 부족하대서 혈장 헌혈함, 헌혈하면 연가를 공가로 바꿀 수 있음. very good - 머리 자르고 집에 잠깐 앉았다가 13시 30분 차로 엄마 보러 오산에 갔다. 차에서 한 시간 잤는데 낮잠이 정말 오랜만이라 무척 개운했다. 오산으로 오던 중에 손윗 처남이 자동차 한 대 나한테 주는 걸로 결정 됐다.

 토요일 아침에 자동차 받으러 봉천동엘 갔다. 쉐보레 자동차가 생겼다. 처남은 직장내 스트레스 문제로 세 달 휴직 중이다. 중년의 직장생활 위기와 3천 세대가 넘는 아파트에 사는 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봤다. 봉천동에서 신월동으로 차 끌고 갔다. 서울 운전 오랜만이네. 영일군한테 차 보여주니 관리 잘한 차라고 했다. 처남한테 고맙다고 문자 보내고 아내에게 오빠가 차에 관심이 많고 관리를 잘 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자기 오빠가 그럴리가 없다고 한다  흩어져 살면 자기 오빠 관심사가 뭔지 성격이 어릴 때랑 어떻게 달라졌지도 모르는 실정이다. 나도 내 동생이 애 둘 키우는 거 말고는 뭐하고 사는지 잘 모르겠다. 저녁엔 친구들이랑 한 잔 했다. 신월동 화곡동 전통적인 멤버 넷이 - 아내한테 사총사라 하니 웃겨 죽음 - 모일라고 했는데, 한 친구가 정신이 아픈 동생을 혼자 둘 수 없어서 못나오는 바람에 셋이 만났다. 술을 많이 안 마셨고 리쌍 노래를 부를 땐 즐거웠지만 그 순간 뿐이었다.

 일요일 아침 여섯시에 일어났고 일곱시에 모텔을 나와서 엄마한테 갔다. 신월동에서 강릉 가는 길에 약간만 돌아가면 오산 지나서 갈 수도 있고 그저 엄마가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엄마한테 물건이나 돈으로는 효도 하기가 힘드니 자주 오겠다고 하니 엄마가 알았다고 했다. 엄마가 싸준 조미김 차에 싣고 강릉으로 쌩하니 왔다. 좀 쉬다가 아버지 만나고 왔다. - 아버지 인지능력이 점점 안 좋아진다. 치맨데 좋아지는 게 있겠나. - 중간중간 여자들 공 치는 걸 봤고 - 18언더 3인 연장전 잼있었다. - 지금은 축구보러 와서 경기 시작 기다리면서 쓰는 중이다.

 엄마 집에서 세 끼를 먹었다. 금요일 저녁엔 삼계탕과 수박 - 삼계탕에 통마늘이 너무 많았지만 그냥 맛있게 먹었다. - 토요일 아침엔 김치찌개, 오늘 아침엔 제육볶음과 김치찌개를 먹었다. 엄마밥을 세 끼나 먹은 게 인상적이다. 엄마도 너무 좋아했다. 엄마가 호박을 볶아놔서 옛 추억을 생각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내가 기억도 못하는 시절에 제일 좋아하던 엄마 반찬이다. 엄마한테 새 자동차 보여주고 미용실에 마늘 가지러 가는 엄마차에 손 흔들고 차창 너머의 이별을 했다. 회사 형 증에 하누명애 어머니 돌아가시고 정신을 멋차리고 있다. 함께 산 세월이 길어서 어머니랑 각별하다. 나는 엄마랑 같에 산 시간보다 떨어져 산 시간이 더 길긴한데, 각별하긴 한 가지다. 모든 부모 자식이 그러하다. 엄마에 대해서 나열하자면 끝이 없고 엄마한테 잘해야지. 엄마한테 더 잘해야지. 다짐해본다.

 주말에 많은 일들이 다 잘됐는데, 원래 타던 차키를 잃어버린 걸 방금 알았네. 이런… 어디다 흘렸지? 아버지한테 갔다가 흘렸나? 갑자기 또 머리 아플라고 하네.

엄마집 앞 수변 공원 버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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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서
 
 장맛비가 내리는 소서
 시작도 하지 못한 더위
 마음속에 방울방울 빗방울
 시작도 하지 못한 사랑사랑
 살아 있으니 시작은 했나?
 죽어도 시작하지 못할 사랑
 마음속에 살랑살랑 외사랑외사랑
 장맛비가 멈추지 않는 날들
 내 마음이 멈추지 않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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