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10/23 | 2 ARTICLE FOUND

  1. 2015.10.23 20151023 - 근황, 요즘하는 생각
  2. 2015.10.23 20151023 - 어쩌다 하나씩

가을산에서 솔방울을 딴다. 솔방울에서 씨앗을 받아서 나무가 대를 잇도록 하는 것이 내 일이다. 열매를 맺고 낙엽을 떨구는 10월의 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은 알아서 겨울을 준비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단 느낌이다.

퇴색한 것들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는다. 그러면서 결국은 빛이 바래지고 바스라질 내 모습을 생각한다. 모든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만이 마지막까지 남을 하나의 명제다.

메모를 정리한다. 마음속에서 사그라든 문장을 지우고 또 지운다. 우리가 모두 사라질 것이고 그럼에도 내게는 너 뿐이다. 모든 사라질 것들에게도 의미가 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여섯시에 일어나서 내가 가장 총명한 시간에 가장 깊은 잠에 빠진 아내를 본다. 정반대의 싸이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닿아있다. 엊저녁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돈 맥클레인의 빈센트를 듣다가 가사가 참 좋다고 했더니 아내가 내 말뜻을 이해하고 웃었다. 난 starry night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다. 이런 순간이 나를 기쁘게 한다.

내일 결혼식 때문에 오늘 서울 간다. 친구들과 술약속을 잡았더니 아내가 '너는 나랑만 떨어지면 술이냐.'고 한다. 너를 제외한 모든 추억이 다 술이라고 했다. 이런 순간도 나를 기쁘게 한다.

사는 게 남루하고 지루했다가 너를 보면 괜찮아졌다가 함께 울고 싶었다가 힘내야지 생각했다가 우리가 안타깝고 안쓰러웠다가 그러다가 웃다가 너는 세상에 우리 건 없다고 하고 나는 인사말만 아는 이국땅에서 평생 인사만 하면서 이방인으로 살아도 지금보다 나을 것 같단 생각을 한다.

결국은 또 사랑얘긴가?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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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


인사말만 아는 이국땅에서
일테면 아르헨티나 최남단 우수아이아 같은 곳에서
올라, 께딸, 그라시아스 같은 말만 하면서 평생 이방인으로 살았으면

강원도 정선군 해발 700미터 백복령 골짜기에서
감자랑 수수 심어 먹고
겨울엔 고구마 쪄 먹으면서
굶어 죽거나 얼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그럭저럭 살았으면

누구도 살지 않은 삶
레퍼런스가 없는 삶
그래서 예술적인 삶을 살았으면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를 살 수는 없다
현실은 모든 것이 모든 것의 레퍼런스

삶은 그저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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