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10/17 | 1 ARTICLE FOUND

  1. 2015.10.17 20151017 - 어쩌다 하나씩



판에 박힌 말만 내뱉는 혀가 싫었다
맛있는 것만 찾는 꼴이 보기 싫었다
혀를 잘랐다
잘라낸 자리가 꾸득꾸득해지고
자른 혀가 딱딱해질 무렵
너를 만났다
너는 남쪽에서 온 소녀
사랑에 빠졌다
말로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어
편지를 적었다
판에 박힌 글이었다
진심이 전해질리 없었다
손가락도 잘라낼까 생각하다가
주머니에서 혀를 꺼내서
네 손바닥에 내 이름을 적었다
다음 단어를 시작하기도 전에
네가 나를 안았다
네 이마와 뺨과 입술에
내 혀를 갖다댔다
네 입안에 혀를 집어 넣자
혀에 침이 고였다
그대로 키스
흥건한 침으로 사랑의 춤을 추었다
사랑의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아, 너는 혀가 없는 사람
다시 혀를 자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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