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10/08 | 2 ARTICLE FOUND

  1. 2015.10.08 20151008 - 어쩌다 하나씩
  2. 2015.10.08 20151008 - 어쩌다 하나씩

퇴근 후


퇴근 후,
네가 자다 깬 자리
바닥에 벗어둔 옷
밥을 먹고 개수대에 둔 그릇을 본다
네가 살아 있는 흔적을 보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출근 전보다 더 많이 너를 사랑한다
이불을 개고
방을 정리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쌀을 씻고 생선을 굽는다
너와 함께할 저녁 시간을 준비하며
출근 전,
잠든 너에게 입을 맞추고
웅크린 너에게 이불을 덮어줄 때보다
더 너를 사랑한다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며
문을 열고 들어오면
함께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너를 사랑한다

AND

청소부 K


나는 청소부
좋은말로 환경미화원
사실은 아무것도 깨끗하게 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
새벽 거리엔 사람들이 흘리고 간 외로움이 가득하고
나는 그것들을 수거하느라 분주하다
세상에 외로움이 쌓이지 않게 하는 게 나의 일
다만 세상은 결코 아름다워지지 않는다

어느날 나도 외로운 걸 알았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서럽게 외로워서 까멜 담배를 피웠다
씨팔 낙타, 씨팔 메르스
낙타도 나도 아무 죄가 없다
낙타는 모함을 당했고
나는 당신들의 외로움을 주워 담느라 외롭다
한 여인이 골목 끝에 담배 연기를 남기고
골목 모퉁이를 돌아 왼편으로 사라졌다
사람은 경계선의 우측에 서면 안되지
붉은 립스틱이 묻은 담배 꽁초 옆에
여인이 흘리고 간 외로움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낙타 냄새가 나는 외로움을 주워 담고
모처럼 세상이 아름다웠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