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10/30 | 1 ARTICLE FOUND

  1. 2015.10.30 20151030 - 어쩌다 하나씩

과부 킬러

 

아가씨 앞에서는 말을 못해도
아줌마 앞에서는 말이 잘 나온다
사람들은 나를 과부 킬러라고 부른다
오백 원짜리 껌이 비싸다고 하니
처음 보는 슈퍼 아줌마가 사과 반쪽을 나눠주고
혼자 가을산에 버섯 따러 갔다가
박카스 아줌마랑 박카스를 나눠 먹으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동네 할머니들은 집에 불이 안 켜지거나 보일러가 고장 났을 때
힘 쓸 일 있을 때
항상 나를 찾는다

나는 산골에 사는 노총각
나는 과부 킬러
그런데 부끄러워서
첫사랑 이름을 모른다
성은 이 씬데 이름은 모른다
뽕나무 아래서 오디 따 먹고
시퍼래진 혀를 내밀고 웃던
피나무 열매 따다
목걸이 만들어 목에 걸어 주었던
옥수수 밭에서 입을 맞추고 겅중겅중 뛰었던
다른 놈들 다 싫고 나만 좋다고 했던
쪽지 한 장 남기지 않고
서울로 시집 가버린
첫사랑 이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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