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앞을 지나다가 내가 한 이야기다.
이모도 그렇다고 했다. 학교 다닐 때 벌판이었던 그 동네가 지금은 온통 아파트다.
뭐 내가 사는 동네도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온통 벌판이었더랬다. 코스모스 벌판
그런데 지금은 코스모스는 한 송이도 찾아볼 수 없다.
역전 이발/문태준
때때로 나의 오후는 역전 이발에서 저물어 행복했다
간판이 지워져 간단히 역전 이발이라고만 남아 있는 곳
역이 없는데 역전 이발이라고 이발사 혼자 우겨서 부르는 곳
그 집엘 가면 어머니가 뒤란에서 박 속을 긁어내는 풍경이 생각난다
마른 모래 같은 손으로 곱사등이 이발사가 내 머리통을 벅벅 긁어주는 곳
벽에 걸린 춘화를 넘보다 서로 들켜선 헤헤헤 웃는 곳
역전 이발에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저녁빛이 살고 있고
말라가면서도 공중에 향기를 밀어넣는 한송이 꽃이 있다
그의 인생은 수초처럼 흐르는 물 위에 있었느나
구정물에 담근 듯 흐린 나의 물빛을 맑게 해주는 곱사등이 이발사
옛날 국수 가게/정진규
햇볓 좋은 가을날 한 곡목길에서 옛날 국수 가게를 만
났다 남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정겹다 왜 간판도 없느냐
했더니 빨래널듯 국숫발 하얗게 널어놓은 게 그게 간판
이라고 했다 백합꽃 꽃밭 같다고 했다 주인은 편하게 웃
었다 꽃 피우고 있었다 꽃밭은 공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