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 - 망고, 지후의 종아리, 마루에 들어오는 따스함
망고는 임신중이다. 젖꼭지가 부풀었고 아랫배가 똥똥하다. 시도때도 없이 먹는데, 나나 지후가 옆에 앉아 있어야 더 잘 먹는다. 지후가 화단에 캣글라스를 심었는데, 뜯어 먹고는 기분이 좋은지 벌렁벌렁 드러눕는다. 순산해야할텐데.
망고는 많이 먹는다. 애초에 많이 준 우리 잘못이 크다. 망고 배는 호리병처럼 동그랗다. 우리는 밥을 적게 주기로 했다. 망고는 어제 배가 고팠다. 많이 고팠다. 우리집 거실에는 가끔 말벌이 들어온다. 나는 말벌들을 파리채로 때려잡는다. 어제 한 마리가 들어왔길래 망고에게 말했다. "잡아." 장난이었는데, 오른쪽 앞발로 훅을 날리더니 벌을 잡아 먹었다. 그 후로도 말벌 두 마리랑 잠자리만한 모기 한 마리를 먹어치웠다. 그래놓고는 이러고 잔다.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JS형네 들렀다가 망고 동생을 봤다. 집 너머에 엄마를 바라보고 있다. 귀엽다. 얘도 데려올까. 얘 말고 동생이 하나 더 있는데, 망고 동생들은 크기가 망고 절반이다. 적당히 먹어야겠다.
오늘 아침에 망고랑
아침에 일어나면 마루에서 잠들었던 망고가 우리방에 들어와서 동그마니 앉았다. 망고는 며칠전보다 컸고, 더 활발히 놀고,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싼다. 하지만 여전히 많이 잔다. 활발히 놀고 나서는 어디서든 금방 잠든다. 내 배 위에 자리 잡고 누워서 자기도 하는데, 고양이 몸의 따뜻함이 기분 좋다. 망고도 인간 몸의 따뜻함이 기분 좋아서 내 위로 올라오는 거겠지.
망고는 배가 고프면 삐약삐약 운다. 괭이 갈매기는 고양이처럼 울어서 괭이 갈매기인데, 망고는 병아리처럼 운다. 망고가 울면 지후가 밥을 준다. 망고는 아직 어려서 밥그릇에 발을 집어 넣고 밥을 먹는다. 발에서 생선 비린내가 난다. 지후는 매번 망고 발을 닦아준다. 그리고 망고는 우리방에와서 똥을 싼다. 오줌은 마루에서 싼다. 망고가 싸고난 자리에는 베이킹 소다랑 계피 스프레이를 뿌려준다. 이것도 주로 지후가 한다.
망고는 하루에도 열번을 넘게 잔다. 자다가 일어나서는 잠깐 몸을 제대로 못 가누고 눈을 비스듬히 떴다 감기를 반복한다. 하품도 하는데, 하품할 때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입이 크다. 잠이 완전히 깨면 앞다리를 쭉 뻗는 동작으로 몸을 추스리고는 한참을 신나게 논다. 혼자서 엎어지고 뒤집어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낯선 소리에는 몸을 세워 반응하고 눈 앞의 장애물한테는 펀치를 내뻗는다. - 주로 라이트 잽이 많다. - 지후 복숭아 뼈를 깨물려고 하기도 한다.
망고는 지금 내 허벅지 위에서 잔다. 몸을 쭉 뻗고 늘어졌다. 계속해서 위로가 된다.
배 기다리다가 갈매기 구경 나가서 쪼그리고 앉았는데, 한 무리 사람들이 새우깡 날리면서 갈매기 틈에서 사진 찍고 갔다. 고맙게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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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었다. 추억 돋는다. 수험생들은 수능이란 현실 앞에 인생의 희노애락과 백만가지 감정의 소용돌이를 맛보겠지. 내가 농부가 되는 일과 볼음도에 살기라는 현실에 휘둘리는 것처럼.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가 아니더라도 인생이란 그런것이다. 그러니까 삶의 무게는 나이와는 관계가 없다.
서울에 와서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다년간의 경험에 의해서 수능날에는 장사가 잘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모처럼 서울에 왔다. 먹을것도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내가 추석 이후 나의 진행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 엄마는 힘들게 농사짓지 말고 아내랑 같이 공무원 준비하라고 했다. 나는 다 계획이 있으니 걱정마시라고 했다. 농촌살이에 실패하면 다시 돌아오겠다고도 했다.
둘 중에 한명이라도 농부의 삶을 견디지 못하면 그것은 실패다. 내가 원하는 삶에 실패 따위가 어디있어. 라고 생각하면서도 두렵다.
엄마, 아내, 나 셋이서 보쌈을 먹었다. 588종점 뒤편의 먹자촌 길을 오랜만에 걸었다. 내가 자라난 우리동네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사람이랑 걸었다. 아 기분 좋아. 우리 엄마는 구체적으로 어떻기 때문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냥 한 마디로 쿨한 시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편이라 지후가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다. 좋다.
서울집은 5층인데 계단을 내려가는 아내와 나를 엄마가 배웅했다. 아내는 먼저 내려가고 나는 반층 위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는 엄마에게 푹 쉬어요. 전화할게.라고 두 번 반복해서 말했다.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펴서 전화를 하는 손동작도 두 번 반복했다.
그 순간을 기억해두고 싶어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