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6/11/29 | 3 ARTICLE FOUND

  1. 2016.11.29 20161129 - 어쩌다 하나씩
  2. 2016.11.29 20161129 - 이번주 생각 2
  3. 2016.11.29 20161129 - 어쩌다 하나씩

콩알

지구는 콩알보다도 작은데
인간은 콩알보다는 커서
인간 세계에서는 이런저런 일들이
불덩이가 되기도 하나봐
콩알이 불에 타면 껍질이 터지는데
지구껍데기가 터지면
지구보다 큰 인간들은
좀 더 큰 세계로 날아갈까
그 세계도 콩알보다 작을텐데
인간도 여전히 콩알보다 크겠지
하여 불꽃은 다시 시작되겠지
AND

지난 토요일에 김치했다. 아는 형이 절임배추를 10킬로 줬다. 감사합니다. 김장 커맨더, 아내의 지휘 아래 일사천리로 일을 마쳤고 수육을 먹었는데, 내가 먹은 덩어리가 덜 삶아졌는지 지금도 설사중이다. 계속 설사하니까 나중에 와서는 인간에게서 날 수 있는 가장 안좋은 냄새라고 느껴지는 냄새가 난다. 아픈 덕분에 주말에 푹 쉬었다. 집안 내정 커맨더 아내가 자는 나를 깨워서 약도 먹여주고 흰죽도 같이 먹고 참 고마웠다. 나는 무엇으로 갚을까

새로 일 시작하고 여섯 번의 급여를 받았다. 무늬만 계약직이고 실제로는 일용직인 먼저 일 보다는 좀 더 받지만 그렇다고 퍽 많은 것도 아니다. 야근과 스트레스를 포함하면 직업 만족도가 먼저 일보다 못하다. 딱 하나 좋은 건 고용불안이 없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축인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래서 다들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거지만 그렇게 세상에 편입하기 보다는 고용 불안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겠지. 다 때려 부숴서라도 그러고 싶다.

공문으로만 일하다 보니까 하지 않은 일을 한 것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이 사회 정의에 어긋나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아직 없었다, 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다 최순실 된다. 사람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계 있는 부분에는 지금도 수 많은 최순실이 뿌리내리고 있다. 현실은 점점 더 매트릭스고 좀 더 나가보면 수 많은 매트릭스들이 모여서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멘탈이 더 무너지기 전에 앞으로는 뭔가 시키면 무조건 다 알겠다고만 하지 말고 아닌건 못하겠다고 해야겠다. 그게 내가 사는 길이고 내 밥그릇 챙기는 일이다.
AND

지후 여인숙

 

남극과 지척인
아르헨티나 남쪽 끝
빠따고니아 깔라빠떼
쎈 발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
당신 이름을 딴 여인숙을 하고 싶다
세상 끝을 찾아온 손님들과
밤새 노래 부르고 술 마시고
흥청망청 서로의 치욕을 털어놓고
다음날 아무이 없었다는 듯
눈인사를 하고 싶다
어차피 세상은 끝으로 가고 있으니
세상이 진짜로 끝나더라도
우리는 세상 끝에서 끝날 것이고
그저 그걸로 좋으면 좋겠다
사랑이란 말로는 당신을 더 사랑할 수 없어서
당신 이름을 딴 영업집에서
싸랑하고 싸랑하면서 살고 싶다
우리가 있는 곳이 세상의 끝이면 좋겠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