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김치했다. 아는 형이 절임배추를 10킬로 줬다. 감사합니다. 김장 커맨더, 아내의 지휘 아래 일사천리로 일을 마쳤고 수육을 먹었는데, 내가 먹은 덩어리가 덜 삶아졌는지 지금도 설사중이다. 계속 설사하니까 나중에 와서는 인간에게서 날 수 있는 가장 안좋은 냄새라고 느껴지는 냄새가 난다. 아픈 덕분에 주말에 푹 쉬었다. 집안 내정 커맨더 아내가 자는 나를 깨워서 약도 먹여주고 흰죽도 같이 먹고 참 고마웠다. 나는 무엇으로 갚을까

새로 일 시작하고 여섯 번의 급여를 받았다. 무늬만 계약직이고 실제로는 일용직인 먼저 일 보다는 좀 더 받지만 그렇다고 퍽 많은 것도 아니다. 야근과 스트레스를 포함하면 직업 만족도가 먼저 일보다 못하다. 딱 하나 좋은 건 고용불안이 없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축인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래서 다들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거지만 그렇게 세상에 편입하기 보다는 고용 불안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겠지. 다 때려 부숴서라도 그러고 싶다.

공문으로만 일하다 보니까 하지 않은 일을 한 것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이 사회 정의에 어긋나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아직 없었다, 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다 최순실 된다. 사람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계 있는 부분에는 지금도 수 많은 최순실이 뿌리내리고 있다. 현실은 점점 더 매트릭스고 좀 더 나가보면 수 많은 매트릭스들이 모여서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멘탈이 더 무너지기 전에 앞으로는 뭔가 시키면 무조건 다 알겠다고만 하지 말고 아닌건 못하겠다고 해야겠다. 그게 내가 사는 길이고 내 밥그릇 챙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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