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겨우겨우

우리는 겨우겨우
겨울을 버텼네
우리는 겨우겨우
새봄을 맞이하네
우리는 겨우겨우
살아남았네
우리는 겨우겨우
사랑을 하네

우리는 겨우겨우
오늘을 넘겼네
우리는 겨우겨우
내일에 와있네
우리는 겨우겨우
살아남았네
우리는 겨우겨우
사랑도 하네

우리는 겨우겨우
우리는 겨우겨우

 

song ver


우리는 겨우겨우
겨울을 버텼네
우리는 겨우겨우
새봄을 맞이하네
우리는 겨우겨우
살아남았네
우리는 겨우겨우
사랑을 하네
(1 6 4 1) (1 6 2 5) (1 6 4 1) (2 5 1) 반복

우리는 겨우겨우
오늘을 넘겼네
우리는 겨우겨우
내일에 와있네
우리는 겨우겨우
살아남았네
우리는 겨우겨우
사랑도 하네

우리는 겨우겨우
우리는 겨우겨우 (4 5 1 6)

우리는 겨우겨우
사랑도 하네 (2 5 1) 

AND

콩알

지구는 콩알보다도 작은데
인간은 콩알보다는 커서
인간 세계에서는 이런저런 일들이
불덩이가 되기도 하나봐
콩알이 불에 타면 껍질이 터지는데
지구껍데기가 터지면
지구보다 큰 인간들은
좀 더 큰 세계로 날아갈까
그 세계도 콩알보다 작을텐데
인간도 여전히 콩알보다 크겠지
하여 불꽃은 다시 시작되겠지
AND

지난 토요일에 김치했다. 아는 형이 절임배추를 10킬로 줬다. 감사합니다. 김장 커맨더, 아내의 지휘 아래 일사천리로 일을 마쳤고 수육을 먹었는데, 내가 먹은 덩어리가 덜 삶아졌는지 지금도 설사중이다. 계속 설사하니까 나중에 와서는 인간에게서 날 수 있는 가장 안좋은 냄새라고 느껴지는 냄새가 난다. 아픈 덕분에 주말에 푹 쉬었다. 집안 내정 커맨더 아내가 자는 나를 깨워서 약도 먹여주고 흰죽도 같이 먹고 참 고마웠다. 나는 무엇으로 갚을까

새로 일 시작하고 여섯 번의 급여를 받았다. 무늬만 계약직이고 실제로는 일용직인 먼저 일 보다는 좀 더 받지만 그렇다고 퍽 많은 것도 아니다. 야근과 스트레스를 포함하면 직업 만족도가 먼저 일보다 못하다. 딱 하나 좋은 건 고용불안이 없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축인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래서 다들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거지만 그렇게 세상에 편입하기 보다는 고용 불안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겠지. 다 때려 부숴서라도 그러고 싶다.

공문으로만 일하다 보니까 하지 않은 일을 한 것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이 사회 정의에 어긋나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아직 없었다, 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다 최순실 된다. 사람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계 있는 부분에는 지금도 수 많은 최순실이 뿌리내리고 있다. 현실은 점점 더 매트릭스고 좀 더 나가보면 수 많은 매트릭스들이 모여서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멘탈이 더 무너지기 전에 앞으로는 뭔가 시키면 무조건 다 알겠다고만 하지 말고 아닌건 못하겠다고 해야겠다. 그게 내가 사는 길이고 내 밥그릇 챙기는 일이다.
AND

지후 여인숙

 

남극과 지척인
아르헨티나 남쪽 끝
빠따고니아 깔라빠떼
쎈 발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
당신 이름을 딴 여인숙을 하고 싶다
세상 끝을 찾아온 손님들과
밤새 노래 부르고 술 마시고
흥청망청 서로의 치욕을 털어놓고
다음날 아무이 없었다는 듯
눈인사를 하고 싶다
어차피 세상은 끝으로 가고 있으니
세상이 진짜로 끝나더라도
우리는 세상 끝에서 끝날 것이고
그저 그걸로 좋으면 좋겠다
사랑이란 말로는 당신을 더 사랑할 수 없어서
당신 이름을 딴 영업집에서
싸랑하고 싸랑하면서 살고 싶다
우리가 있는 곳이 세상의 끝이면 좋겠다
AND

주인

주인 없는 집이 없고
주인 없는 산이 없고
주인 없는 땅이 없다
주인 없는 물건 없고
주인 없는 노예 없고
주인 없는 나라 없다
집도 땅도 산도
내 것은 없어도
이 나라 주인은 나
AND

우리는 언제

다리를 놔서 강 건너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고속도로를 타고 쉽게 멀리까지 갈 수 있으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석탄 열차 때문에 우리는 행복해질까
한우 등심을 양껏 먹을 수 있으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술에 취해 세상을 욕하고 시절을 한탄하는 일로 우리는 행복해질까
우리는 어쨌든 나아갈 거고 미래는 좋은날 투성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모든것은 이어져 있단 믿음으로 상관도 없는 사람과 동질성을 찾으려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어디서 사 먹든 비슷한 맛의 아메리카노처럼 우리도 평범하게 행복해질까
눈 앞에 보이는 네잎 클로버를 애써 외면하고 지나치면 우리는 세잎 클로버처럼 행복해질까
우리는 대체 언제 행복해질까

 

song ver


튼튼한 다리를 놔서 강 건너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고속도로를 타고 쉽게 멀리까지 갈 수 있으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석탄 열차(국제공항) 때문에
우리는 행복해질까
한우 등심을 양껏 먹을 수 있으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1 6 2 5
술에 취해 세상을 욕하고 시절을 한탄하는 일로(3 6 2 5)
우리는 행복해질까(1 6 2 5)
어디서 사 먹든 비슷한 맛의 아메리카노처럼(3 6 2 5)
우리도 평범하게 행복해질까(1 6 2 5)

간 주 (4 5 1 3 6)
우리는 대체 언제 행복해질까(2 5 1).

AND

분노의 가격

김밥 한 줄 1,500원
물 한 병 500원의 힘으로
대통령 퇴진을 외친다
사과 한 알 2,000원
초코바 한 개 700원의 힘으로
대통령 하야를 외친다
7,000원 짜리 국밥과
소주 한 병에
끝내 눈물이 터진다
지금의 울분은
철갑상어 알 때문이 아니다
구십만원 짜리 쓰레기통 때문이 아니다
내 분노에 매겨진 가격 때문이다
분노마저 소비되고 마는 세상 때문이다
AND

누가


누가 다시 태어나지?
예수님
누가 다시 태어나지?
새누리당
누가 다시 태어나지?
차라리 나
그럼 뭐가 다시 태어나지?
대상도 없는 내 사랑
누가 다시 태어나지?
차라리 너
그럼 뭐가 다시 태어나지?
너 뿐인 내 마음
AND

냄새

바람에 실려온 작은 냄새
태어나 처음 맡는 냄새
그러나 눈앞엔 없는 냄새
눈을 감으면 손에 잡힐 것 같은 냄새
사랑은 짙어져도
삶은 희미해지는데
짙어지지도 옅어지지도 않는 냄새
보이지 않는 벽을 더듬어 도착한 곳에
눈을 감고 웃고 있는 너
AND

좋은밤

죽고 싶습니다
- 왜요
외롭습니다
- 집에 아무도 없어요
예, 그리고 제 마음도 없습니다
- 출동해야 하나요
아니오, 죄송합니다 저 괜찮습니다
- ...
미안합니다
- 아니오, 이렇게 전화 주시는 분들 많아요
미안합니다
- 예, 좋은밤 보내세요.
AND

am 1 : 11

쭉 뻗은 시간에
쭉 뻗은 전봇대 옆에서
쭉 뻗은 담배가 타들어 간다
흘러가는 시간
줄어드는 담배
졸아드는 마음
곧추서서 세상을 보고 싶은 시간
지평선 위로 타버린 담배를 던지는 시간
AND

잡놈

이름 모르는 풀은 잡초
이름 모르는 나무는 잡목
근본을 모르는 사람은 잡놈
풀에게 미안하고
나무에게 미안하다
잡놈이라 미안하다
AND

초겨울

시퍼런 풀냄새가 아직 남은 은행잎까지
한 번에 떨어지는 날이었습니다
서두른 겨울의 색은 아닐텐데
가을은 무슨색입니까
은행잎을 쓸어내느라 분주한 상인들의 마음속에 가을이 있을까요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속에 가을이 있을까요
이렇게 생이 갈라지는 곳에 가을이 있을까요
가을은 정녕 무슨색입니까
AND

이런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밤
대통령 때문은 아니다
쉽게 잠 못드는 밤
최순실 때문은 아니다
술 한 잔 먹고 싶은 밤
이 나라 때문은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이런 밤
나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 나 때문이다
집 수리비를 안 준 집주인과
내일 할 일을 생각하는
나 때문이다
하루만에 온 겨울 앞에서
가을은 무슨색이었을까 생각하는
나 때문이다
전부 나 때문이다
AND

'오겡끼데쓰까' 하다가 마지막에 눈밭에 주저앉아 울어버린다. 담담하게 잘 지내냐고, 건강하냐고 묻던 말이 반복되고 반복되면서 걷잡을 수 없어진다. 영화 러브레터의 이 장면이 세월호랑 겹친다. 검찰청에 장비 끌고온 아저씨도 이런 마음이었겠지. 어제 이상호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맺힌 눈물도 마찬가지다. 거리로 나서야한다. 뭘 어떻게 할지 몰라도 그래야 한다. 목놓아 울기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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