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09/18 | 2 ARTICLE FOUND

  1. 2015.09.18 20150918 - 오늘 생각
  2. 2015.09.18 20150918 - 어쩌다 하나씩

다음주에 충주에 출장 간다. 금요일에 일 쉬고 서울 일찍 올라가서 차 고치려고 했는데, 연휴 앞두고 지랄이다. 내 생일도 다음주다. 함께 일하는 10명 중에 6명이 가는데 오늘 아침에 셋이 방 하나 쓰라는 제안를 받고 출장 가는 사람들이 불같이 화냈다. 최소한 둘이 한 방 쓰는 조건이 아니면 출장 못간다고 충주에 전하라는 결론이 났다. 결국 2인 1실로 통보가 왔고 출장을 가게 됐다.
직원들은 출장 가면 1인 1실을 쓴다. 예산을 핑계로 우리들에게 3인 1실을 제안한 게 괘씸하다. 우리는 일요일 저녁에 도착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잣을 딴다. 다음주 화요일에 충주에서 잣 줍기 행사가 있다고 한다. 행사 예산에서 20만원만 떼서 써도 5일 동안 2인 1실이 가능하다.
이 일이 헬조선 소리를 듣는 나라꼴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공무원들은 자기들 편한대로만 일을 진행하려고 하고 그 와중에 가장 약자인 일용직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갑과을' 같은 코메디랑 영화 '베테랑'의 인기, 재벌 총수를 다룬 지난주 '그것이 알고 싶다' 가 화제가 된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을들간에도 조금만 상대가 약해보이면 갑질을 하는 지경이니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내 마음만 같았어도 세상이 이렇개 되진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내 주제도 모르고 절로 든다.
이번주에 계속 솔방울을 땄는데, 오늘 같이 일하는 형들이 대우도 안 해주는데 뭘 열심히 따냐는 대화를 나눴다. 맞는말이다. 나한테는 너는 젊고 대학도 나왔으니 갈데없는 늙은이들이 하는 이 일 하지말고 지금이라도 공무원 준비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다. 어찌보면 그것도 맞는 말이다.
출장을 가는 우리가 정말 바랐던 것은 출장 기간 동안의 높은 일당(당연히 그래야한다.), 여관방 1인 1실 정도였고 기본으로 생각했던 것이 기존 일당에 2인 1실이었는데, 기본으로 생각했던 걸 출장 보이콧을 통해서 얻어냈다. 보통 사람들의 꿈은 이렇게 소박한데, 그것도 못해주겠다는 갑의 횡포가 더럽다.
'노동시장 구조개혁' 이라면서 모든 근로자를 다 절뚝발이로 만들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공식적인 비정규직 1세대인데(비정규직이란 말이 여기저기 널리 알려진 이후의 첫 번째 비정규직 세대) 예전에 첫 직장에서 같은 일하면서 정규직이랑 굉장히 급여 차이가 났었다. 나같은 경우는 전산으로 올리는 품의 작업을 잘해서 정규직 직원들이 나에게 많이 물어오곤 했더랬다. 그때 그만두길 잘했다. 직장이라는 건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비슷했다. 지난 2년간 농사를 짓길 잘했다.
더러운 꼴 보기는 뭘해도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내 눈과 마음 덜 버리려면 얼른 다시 농사 지어야겠단 생각이 든다.솔방울 따는 일은 재미있다. 따라서, 짤은 솔방울.


AND

가난한 이별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에서 너와 헤어졌다
너는 점점 멀어지고 열차는 나를 향해 다가오는데
내 손에 자판기 커피 뽑아 먹을 오백원도 없으면
이 역사적인 날에
난 울어버릴지도 몰라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