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03 | 6 ARTICLE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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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5.03.26 20150326 - 어쩌다 하나씩
  4. 2015.03.22 20150322 - 봄, 생각
  5. 2015.03.21 20150321 - 어쩌다 하나씩
  6. 2015.03.20 20150320 - 어쩌다 하나씩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데, 친구가 땅을 사니 마음이 아프다.

지난 토요일에 양양에 다녀왔다. 친구가 땅을 계약했다. 군사 뭐시기 지역인 밭 -실제로는 논이었다. - 1500평에 대한 계약서를 썼다. 변산 공동체에 있다가 나와서 충북에서 포도 농사를 짓고 포도밭 주인에게 쫓겨나 제주도로 거처를 옮기고 농사를 짓지 못하고 일당일을 하다가 이대로는 영원히 농사 짓고 못 살게 될까봐 그게 두렵고 싫어서 전국 이곳 저곳에 땅을 보러 다니며 비싼 땅값에 절망하다가 결국 주말 아침 비행기를 타고 멀리 양양까지 와서 싸다고 생각한 땅을 계약한 친구의 마음을 절반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나라면 사지 않았을 땅이다.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가져 보자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눈빛에 그런 여유는 없었다. 이미 제주에서 지금의 나와 비슷한 삶을 산 친구에게 이쪽으로 옮겨서 몇 년만 이일 저일 기웃거리다가 함께 공동체든 농업이든 해보자는 얘기도 할 수 없었다. 친구와 함께 잠든 토요일 밤에 그 땅을 두 배 값으로 파는 꿈을 꿨다.

내 꿈이 그 친구에게 닥칠 최악의 상황이길, 친구가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경험이 마음을 만든다.

볼음도 생활 2년에 현실로 남은 것은 아직 못 받은 작년 쌀값 뿐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는 더욱 희미해지고 내 사람이 아닌 사람의 말은 그냥 듣기만 한다. 나도 친구처럼 내년에는 무리해서라도 땅을 살까, 생각했다가 기왕 늦은 거 동계 올림픽 끝날 때까지만 기다리자고 마음 먹은게 지난 금요일이다.

양수리에 벼농사 모임이 있다. 300평 논을 일곱명이 짓는다. 실험을 해보자는 것이다. 어제 다녀왔다. 나는 실험보다는 대중적인 것을 좋아해서 100프로 내키지는 않는데, 기분 좋아진 지후의 얼굴을 보니 나도 좋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 또한 좋다. 금요일에는 아내 친구가 강릉에 다녀갔는데 지후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좋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 또한 좋다. 아내 친구들은 아내 친구들대로 좋고 내 친구들은 내 친구들대로 좋다.

나는 이렇게나 사람을 좋아하는데 가끔은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말도 그냥 듣기만 한다. 큰일이면서 큰일도 아닌 게 이런 것이 인간이고 나란 사람이다.

삽당령에 일당일을 다니고 있다. 집에서 좀 멀지만 오랜만에 하는 몸 쓰는 일이 좋고 공기랑 물, 나무와 산, 동료들까지 여러가지가 나랑 잘 맞는다. 잘 됐다.

다만 오늘은 국무총리 기념식수용으로 멀쩡히 잘 자라는 나무를 파냈다. 공직 사회도 나도 참 병신같다고 생각했다.
AND

이발사의 노래



나는 노래하는 이발사
기타로 단련된 손으로 남의 머리를 자르지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사람도 나에게는 정수리를 보이지
나는 남들의 정수리 냄새를 맡고 저녁이면 그 냄새를 노래하지

나는 겸손한 이발사
내 손님들은 모두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감지
미국 대통령이 와도 예외란 없지
나는 손님들에게 빨대를 꽂은 요구르트를 두 손으로 공손하게 건내지
나는 어른들이 떡손이라고 했던 두터운 손으로 남의 머리를 떡 주무르듯 하지
기타를 다루듯 세심하게 머리칼과수염을 잘라내고 저녁이면 낮에 잘라낸 머리칼에 대해 노래하지

나는 노래하는 이발사
세상에게 겸손한 노래하는 이발사

-> 어제 머리를 잘랐고 오늘은 노래하는 이발사를 만났다


AND

나무


나무는 언제부터 나무였을까
나는 언제부터 나였을까
나무가 나였을까
사람이 죽으면 나무가 될까
나무 나무 나무, 하고 부르면
내 몸에서 나무 냄새가 난다
나무 나무 나무

 

song ver


나무는 언제부터 나무였을까
나는 언제부터 나였을까(1 3 2 6)
나무가 나였을까
내가 나무였을까(1 3 2 6)

1 6 2 5

사람이 죽으면 나무가 될까
나무가 죽으면 사람이 될까(1 3 2 6)
나무가 나였을까
내가 나무였을까(1 3 2 6)

나무 나무 나무, 하고 부르면(1 4 5 1)
내 몸에서 나무 냄새가 난다(1 3 2 6)

나무 나무 나무 나무(1 4 5 1)
나무 나무 나는 나무(1 4 5 1)

AND

 강릉에서 진도까지 혼자서 왕복 15시간을 운전한 버스 기사를 생각한다. 돈도 좋지만 - 사실 그 돈도 얼마 안되겠지만 - 업무 환경이 너무 안좋다. 물론 차에 탄 사람들 중에 기사님을 걱정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걱정이고 생각일 뿐, 승객들은 피곤하면 자면 그만이고 기사는 운전이 직업이기 때문에 충실히 운전을 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3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하는 거리에는 두 명의 운전수를 의무화 하는 것이다. 도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아니라 co-worker개념이다. 처음에는 승객들이 생소하게 생각하겠지만 주 40시간 근무나 해마다 조금씩 오르는 최저임금에 이내 익숙해지듯이 이내 응당 시외버스는 두 사람이 운전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는 개념도 없던 최저 임금에 대해서 최저임금이란 건 해마다 조금씩 오르는 것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 학생들 무상급식 문제도 급식은 그냥 나라에서 돈을 내는 것으로 정하고 무상급식에서 무상을 빼고 학교급식이나 급식으로 부르면 이내 사람들이 학생들 밥은 나라에서 먹여주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아직 담배를 못 끊고 있다. 인간은 하던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타던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싫어하거나 새해 결심이 새해부터 아작나는 일들이 대표적이다. 하던대로 하려는 경향은 순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위에 적은 예들처럼, 인간은 모든일에 서서히 그리고 순순히 적응한다. 시스템은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만 시스템을 견고하게 하는 변화를 주고 사람들은 약간 저항하다가 적응하는 경향 말이다. 담뱃값이 대표적이다. 최근 외국의 상황을 보면 시스템도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87년도 시스템이 실패한 사례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 재벌들은 당연히 세금을 많이 낸다.

- 김영란 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 최저임금은 한 시간 일하면 국밥 두 그릇은 사 먹을 수 있는 액수로 정한다. 

 

 그런데 제도를 바꾸려면 사람들이 마음을 모으는 수밖에 없다. 전국민이 세월호를 인양하고 확실한 진상조사를 할 때까지 모든 선거를 보이콧 한다면 시스템이 알아서 배도 인양하고 진상조사도 제대로 할 하겠지. 시스템이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위한 시스템이 된 지 오래다. 있는 놈이나 없는 놈이나 다 착취당하고 고통받는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반복되니 그것이 상식이 된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헌데, 나란 놈만해도 꽤나 순응적인 스타일이다. 시스템의 결정적인 실수를 기다릴까?

 

 변기에 앉으면 창 밖으로 매화와 벌들이 보이는 계절이다.

 살아있다는 게 더럽고도 좋다.     

AND

2015년 춘분, 팽목항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 뿌연하늘
보리싹이 올라온 남도의 들판
광양에는 매화축제
파랑인지 초록인지 검은빛인지 모를 바다
그 바다에서 노란 리본을 달고 피어오르는 검은 꽃들
꽃이 된 사람들과 별이 될 사람들
물수제비 뜨는 아이들과 낚시꾼들
새월호 관광객들은 예의가 없어서 주차를 아무데나 한다고 하는 현지인

인사를 하러 왔다가 인사만 하고 돌아가는 나

산사람도 살아야하고 죽은 사람도 살아야하는 세상
언젠가 마멸될 것을 알지만 그래도 살아야지
감사할 일이 없는 세상에 감사하며 살아야지
언젠가 꽃과 별, 바다와 하늘, 사랑과 증오, 삶과 죽음, 너와 나까지
한 통속인 모든것이 사라질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지
AND

그날


그날,
너는 술을 먹다가 대학교 운동장의 100미터 트랙을 달렸다
네가 일으킨 바람에 빈 과자 봉지와 종이컵이 나뒹굴고 쏟아진 술은 잔디에 스며들었다
팔을 휙휙 올리며 걷던 아주머니와
아이와 공놀이를 하던 아빠와
농구를 하던 한 무리가
너의 질주를 지켜봤다
우리는 일순간에 구경꾼에서 구경꺼리가 됐다
너는 상기된 얼굴로 몇 초냐고 물었고
나는 14초라고 답했다
나는 네가 달린 이유를 묻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연인이었고 이유가 필요없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날,
내가 너에게 초시계를 건내고 나도 너를 향해 달렸더라면
나는 너에게 닿을 수 있었을까

너의 뜀박질로 하늘을 올라
너의 날개로 나를 너에게 데려가 줘
이유를 묻지 않는 나를
아무런 이유도 없는 너에게 데려가 줘

-> 맘에 안든다. 열심히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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