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날,
너는 술을 먹다가 대학교 운동장의 100미터 트랙을 달렸다
네가 일으킨 바람에 빈 과자 봉지와 종이컵이 나뒹굴고 쏟아진 술은 잔디에 스며들었다
팔을 휙휙 올리며 걷던 아주머니와
아이와 공놀이를 하던 아빠와
농구를 하던 한 무리가
너의 질주를 지켜봤다
우리는 일순간에 구경꾼에서 구경꺼리가 됐다
너는 상기된 얼굴로 몇 초냐고 물었고
나는 14초라고 답했다
나는 네가 달린 이유를 묻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연인이었고 이유가 필요없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날,
내가 너에게 초시계를 건내고 나도 너를 향해 달렸더라면
나는 너에게 닿을 수 있었을까

너의 뜀박질로 하늘을 올라
너의 날개로 나를 너에게 데려가 줘
이유를 묻지 않는 나를
아무런 이유도 없는 너에게 데려가 줘

-> 맘에 안든다. 열심히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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