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진도까지 혼자서 왕복 15시간을 운전한 버스 기사를 생각한다. 돈도 좋지만 - 사실 그 돈도 얼마 안되겠지만 - 업무 환경이 너무 안좋다. 물론 차에 탄 사람들 중에 기사님을 걱정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걱정이고 생각일 뿐, 승객들은 피곤하면 자면 그만이고 기사는 운전이 직업이기 때문에 충실히 운전을 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3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하는 거리에는 두 명의 운전수를 의무화 하는 것이다. 도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아니라 co-worker개념이다. 처음에는 승객들이 생소하게 생각하겠지만 주 40시간 근무나 해마다 조금씩 오르는 최저임금에 이내 익숙해지듯이 이내 응당 시외버스는 두 사람이 운전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는 개념도 없던 최저 임금에 대해서 최저임금이란 건 해마다 조금씩 오르는 것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 학생들 무상급식 문제도 급식은 그냥 나라에서 돈을 내는 것으로 정하고 무상급식에서 무상을 빼고 학교급식이나 급식으로 부르면 이내 사람들이 학생들 밥은 나라에서 먹여주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아직 담배를 못 끊고 있다. 인간은 하던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타던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싫어하거나 새해 결심이 새해부터 아작나는 일들이 대표적이다. 하던대로 하려는 경향은 순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위에 적은 예들처럼, 인간은 모든일에 서서히 그리고 순순히 적응한다. 시스템은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만 시스템을 견고하게 하는 변화를 주고 사람들은 약간 저항하다가 적응하는 경향 말이다. 담뱃값이 대표적이다. 최근 외국의 상황을 보면 시스템도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87년도 시스템이 실패한 사례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 재벌들은 당연히 세금을 많이 낸다.

- 김영란 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 최저임금은 한 시간 일하면 국밥 두 그릇은 사 먹을 수 있는 액수로 정한다. 

 

 그런데 제도를 바꾸려면 사람들이 마음을 모으는 수밖에 없다. 전국민이 세월호를 인양하고 확실한 진상조사를 할 때까지 모든 선거를 보이콧 한다면 시스템이 알아서 배도 인양하고 진상조사도 제대로 할 하겠지. 시스템이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위한 시스템이 된 지 오래다. 있는 놈이나 없는 놈이나 다 착취당하고 고통받는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반복되니 그것이 상식이 된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헌데, 나란 놈만해도 꽤나 순응적인 스타일이다. 시스템의 결정적인 실수를 기다릴까?

 

 변기에 앉으면 창 밖으로 매화와 벌들이 보이는 계절이다.

 살아있다는 게 더럽고도 좋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