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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4 20070513 way 출국, 인천공항 지하철
  2. 2007.08.24 반성 39 - 김영승-
  3. 2007.08.24 첫눈 - 정양
  4. 2007.08.24 사카구치 안고
  5. 2007.08.24 부부 - 박성우 1

 way 바래주러 나갔다. 집 앞에서 공항버스 타려다가 차가 많이 밀리길래 공항지하철도(?)를 이용했다. 공항버스 보다 50 퍼센트 이상 저렴하다. 인천국제공항이 처음 생긱고 얼마 안 되었을 때, 그곳의 상가들도 아직 다 입주하지 않았을 때, 그곳에 가서 참 이질적이라고 느꼈다. 지나치게 도시적인 모습... 왠지 공기가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지하에 넓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코엑스 몰'도 조금 비슷한 느낌이고, 현대 백화점과 CBS, 하이페리온이 쭉 늘어서 있는 목동 도서관 뒷길도...... 아주 예전의 도떼기 시장 같이 않고 잠잠했던 백화점도....... 늘 어색했다.

 공항 건물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조용한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다.

언덕위에 바다가 보이고 언덕 아래까지는 구불구불한 좁은 흙길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오늘 오랜만에 다시 그 생각을... 그리고 이 시...


           산머루 / 고형렬

 

 강원도 부론면 어디쯤 멀리 가서

 서울의 미운 사람들이 그리워졌으면.

 옛날 서울을 처음 올 때처럼

 보고 싶었던 사람들, 그 이름들

 어느새 이렇게 미워지고 늙었다.

 다시 전부 어디쯤 멀리 떨어져 살아

 미워진 사람들 다시 보고 싶게

 시기와 욕심조차 아름다워졌으면.

 가뭄 끝에 펑펑 쏟아지는 눈처럼

 서울 어느 밤의 특설령처럼

 못 견디게 그리운 사랑이 되었으면.

 그러나 우린 모두 사라질 것이다. 

AND

반성 39 - 김영승-

2007. 8. 24. 22:01
     반성 39 / 김영승

 오랜만에 아내를 만나 함께 자고
 
 아침에 여관에서 나왔다.

 
아내는 갈비탕을 먹자고 했고

 그래서 우리는 갈비탕을 한 그릇씩 먹었다.

 버스 안에서 아내는 아아 배불러

 그렇게 중얼거렸다.

 너는 두 그릇 먹어서 그렇지

 그러자 아내는 나를 막 때리면서 웃었다.

 하얗게 눈을 흘기며 킥킥 웃었다.

 한 친구가 어느 드라마의 불륜 커플이 다시는 만나지 않기로 안타까운 이별을 하면서 여관을 나와서 순대국을 먹고 말 없이 헤어지는 장면이 인상적이 었다고 했다. 그 친구와 그의 여자친구는 약간은 그럴것도 같은 분위기였다. 김영승 시인은 아내와 여관을 나와 갈비탕을 먹었다. 섹스 후에는 걸죽한 게 좋긴 하지.... way는 뼈해장국을 좋아한다. 나는 아무거나 다 좋아하고... 내 습자지 같은 사랑이 그리 걸죽하지도 않았고 당신의 받아들임도 끈끈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걸죽했다.
 모든 것이 변한다면 더 힘든 것은 당신일 것을 안다. 모든 것이 변해있을 거라고 말한게 그대로인 변함을 말한건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시 웃겨줄테니 건강히 돌아와라... 그런 건 처음인 내 웃음도 다시 볼 수 있겠지..
 
 그 친구 커플은 결혼한다. 곧!  
 
 나는 김영승이란 사람이 좋다.

AND

첫눈 - 정양

2007. 8. 24. 21:57

한번 빚진 도깨비는
갚아도 갚아도 갚은 것을
금방 잊어버리고
한평생 그걸 갚는다고 한다
먹어도 먹어도 허천나던
흉년의 허기도 그 비슷했던가
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소용없는 사람아
내려도 내려도 다 녹아버리는
저 첫눈 보아라
몇 평생 갚아도 모자랄
폭폭한 빚더미처럼
먼 산마루에만
희끗거리며 눈이 쌓인다






나는 허천난다는 말이 좋다. 외로울 때 쓰기 좋은 말이다.

AND

사카구치 안고

2007. 8. 24. 21:49

 사카구치 안고를 읽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려다 실패해서
그대로 옮겨본다.

 견디기 힘든 것을 참고, 참기 힘든 것을 참으며 짐의 명령에 따라 달라고 천황이 말한다. 그러자 국민은 엎드려 울며 다름 아닌 폐하의 명령이니까, 참기 힘들지만 억지로 참으며 미군에게 지겠노라고 한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우리들 국민은 전쟁을 그만두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 하지 않았는가. 죽창을 들고 흔들며 미군의 전차에 대항하다 찰흙 인형처럼 풀쑥풀쑥 죽어갈 것이 너무도 싫어 어쩔 줄 몰라 하지 않았는가. 전쟁이 끝날 것을 가장 절실히 바랐었다. 그런 주제에 그걸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의명분이라고 하고, 천황의 명령이라고 한다. 참기 힘든 것을 참는다고 한다.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비참하고도 한심하다 할 엄청난 역사적 기만이 아닌가. 더욱 통탄할 일은 그럼에도 우리는 그 기만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천황의 정전 명령이 없었다면, 우리는 실제로 미군 전차에 몸을 던져, 정말은 싫으면서도 내색도 하지 않고 장렬하게 찰흙 인형이 되어 풀쑥풀쑥 죽어갔을 것이다.     -속 타락론 중에서-

'백치'라는 작품도 꽤 좋았고 정치의 무용성과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문제를 다른 이야기도 즐거웠다. 그리고 역시 벚꽃은 불길한 징조임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황색눈물'이란 영화에서 작가 지망생이 좋아하는 찻집 아가씨에게 타락론 읽었느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AND

부부 - 박성우

2007. 8. 24. 21:45

주방장 모자 눌러 쓴 부부가

할로겐램프를 켠다

가스 켜지고 발전기 윙윙 돌아

옛날호떡 국화빵 애플파이

라고 써진 글씨가 환해진다

말랑말랑한 밀가루 반죽,

옛날호떡 국화빵 애플파이 된다

리어카 두 대 이어붙인 가게로

축제를 보고 가는 사람들이 흘러든다

눈짓 손짓 얼굴표정만으로도

벙어리 부부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얼마씩 파냐고 물어오는 사람에게

아내는 가격표를 손등으로 툭툭,

두들겨 주고는 국화빵기계 돌린다

낮 단속에 걸렸을 때

눈말 멀뚱멀뚱 가스통을 뺏기던 부부,

빠져나오지 않는 말들을 말랑말랑 뭉쳐

옛날호떡 국화빵 애플파이 만든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