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시작된 짜증이 계속됐다.
 
 낮에는 대장이랑 그만두네 마네 하는 얘기들을 잠깐 했다.
 동료 하나가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고 하길래. 짜증이 나서 그런다고 했다.

 그러다가 퇴근했다. 퇴근 인파로 가득한 전철이 반가웠다. 까치산에 내려서 집까지 걷다가 영일이네 들렀다.
 영일이 아버지가 귤 먹으라고 해서 귤을 하나 까 먹고 있는데, 영일이 어머니가 직장 다니냐고 물으시면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좀 말고 서울에서 잘 다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네 엄마 호강 좀 시켜주라고 덧붙이신다. 나는 밝게 웃으면서 그러려고 한다고 말씀드렸다.

 '호강'이라는 얘기를 오랜만에 들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낮 시간에 철없었던 내 모습이 엄마에게 미안해서 그랬을까?  갑자기 서러워졌다.

 돈이 없어서 '호강'을 못 하는게 아니라 마음이 문제다. 돈이 아예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마음이 편안해야 잠이 잘 오는데, 마음의 불편은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온다. 누구네 아들은 장가갔다는데, 우리 아들들은 언제 돈 벌어서 언제 장가가나.라고 엄마가 가끔 말씀하시는데, 그런 거 말고 다른 차원으로 우리 어머니를 다른 어머니들과의 비교 우위에 모실 수 있는 방법을 좀 생각해 봐야겠다.

 유명해져야 할까? ㅡ.ㅡ;

 내가 행복하면 어머니도 행복하고 어머니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겠지만 의미없는 닭과 달걀의 순서 다툼에서 나는 어머니 순서가 먼저로 하고 싶다. 행복을 닭과 달걀로 얘기하려는 순간 이미 말도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행복이 순서대로 오는 것이라면 어머니 순서가 먼저였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내 어머니는 나라는 어둠 속에 빛나는 달이다. 어쩌면 당신도......
 
 한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필요 없다는 얘기가 무협지 같은데 많이 나오는데, 
 어둠을 밝혀주는 달은 두 개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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