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광호 사무실 근처에 갈 일이 있어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촛불 안 나오냐고 했더니 자기는 나가면 화가나서 전경들이랑 싸우기 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광호가 최근에 가장 고민했던 것은 자기 이름으로 집도 있는 상당한 재력가 집안의 여자친구가 결혼을 하고 싶지만 자기 집에 살면 안되고 광호가 집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던 일이다. 영일군이 제시한 방법은 직장 괜찮으니 1억을 대출받으라는 것인데, 내 생각에는 좋으면 집도 있겠다 같이 살면 된다는 것이다.
 어제는 영일군을 만났다. 영일군은 순수한 자기 재산 1억을 모은데다가 집안의 수입이 상당한 관계로 광호같은 걱정은 없다. 슈퍼 가부장적인 영일군의 고민은 결혼할 여자분이 아이를 낳다가 잘못될 가능성(여자분이 나이가 많으시다.)과 결혼 준비와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가 겹친데다 사장으로써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영일군이랑 촛불집회 얘기를 좀 했는데, 영일군은 어쩐일인지 나보다 각종 민영화에 대해서 더 잘 꿰고 있다. 특히 그가 걱정하는 것은 카센타의 유지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고속도로 민영화 부분이다. 영일군의 한 마디는 뭐든 민영화 한다는 것은 이익을 보는 그룹이 생긴다는 것이었는다. 당장 기름값 때문인지 최근 매상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촛불이나 한 번 나오라고 했다.
 동생과 방금전에 통화를 했는데, 동생이 요즘 팀장으로부터 갈굼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스트레스 받지만 오기도 생기고 열심히 하겠다는 얘기를 얼마전에 했는데,(물론 갈굼 당할 때, 울뻔 했다는 얘기도 빼 먹지 않았다.) 오늘도 갈굼당했냐고 묻는 나에게 갈굼이야 만날 당한다고 체념한 듯 말하더니, 촛불집회의 선두에 서서 연행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함께 일하는 학생 중에 누군가였더라..... 너무 힘들어서 교통사고가 나서 쉬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맙소사 몸을 쓰는 일도 아닌데....), 그르니에의 가난한 사람이 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몸이 아픈것이다와 일맥 상통하는 그런 내용이다.(나도 예전에 정말 일이 힘들때는 다치는 상상을 많이 했다.)

 동생과 영일군과 광호의 공통적인 무엇은 먹고 살기가 참 힘들다는 것이다. 많이 벌고 먹게 벌고를 떠나서 그렇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다. 뭐랄까 다들 자기 시간이 없다...고 해야하나...(나도 그렇고) 나는 시청앞에 모이는 십만이 넘는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도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지만 자신만의 무엇을 할 시간도 있었으면 좋겠고, 적게 벌어도 만족하면서 살 수 있는 나라의 모양새를 바라고 있는게 아닐까? 이건 부정적인 견해이지만 공명정대한 뛰어난 지도자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도 어느정도는 있다고 본다.(이 세 가지는 전부 내가 바라는 것이구나......)

 나는 사람들이 할 말은 하고 산다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막아 놓은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곳까지 걷는다는 것 또한 무척 마음에 든다. 막았냐? 막은데 까지만 걸을께.... 이런 마인드가 느껴진달까?

 솔직히 이명박이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선언해서 이 물결들이 사그러들면 섭섭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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