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담배를 피우며

아는 형이 프랑스 담배를 줬다
경고 문고는 영언데 담배 이름은 불어다
어떤 언어로 적어도 담배는 독이다
김일성이 피웠다던 담배 던힐을 둔힐이라 불렀던 경상도 출신 친구랑은 30년 째 친하다
20년 전에 빠로스라는 멕시코 담배를 줬던 선배랑은 지금도 가끔 연락하는 사이로 남았다
나도 그들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니 연이 이어지는 일로 마음은 충분하다
찻집 입구 옆 탱자나무 가지 아래 벤치에
나에게 담배를 준 찻집 사장님과 나란히 앉아서
프랑스 담배를 피운다
탱자 잎은 푸르고 하늘도 푸르고
누가 피워도 담배 연기는 평등한 흰색이다
사장님과 나는 둘 다 어깨가 아픈데 하나는 목디스크 하나는 오십견이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고 사장님은 찻집을 접으려고 한다
이렇게 평등한 세상이니
어려운 사람들 걱정하거나 떵떵거리는 놈들 부러워하는 일 없이
생에 더 바라는 것도 없으니
혁명처럼 프랑스 담배를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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