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부터 2일까지 아버지랑 함께 있었다. 오늘 첫 출근 했다. 아버지랑 3박 4일은 진짜 힘드네. 신년 카운트다운 할 때, 나는 연기대상 프로그램 틀어놓고 웹툰 보고 있었고 아버지는 잠들어 있었다.

 아버지랑 순대국, 치킨, 갈비, 삼겹살을 먹었다.

  31일 낮에는 동생이 아버지 집에 다녀갔다. 살아가는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1일에는 목욕탕에 갔다. 
  1일 밤에는 뭔가 견디기 힘들어서 밤 11시에 잠든 아버지를 두고 집을 나와서 모텔에 가서 잤다. 2일 아침에 아버지는 내가 어제 같이 누웠었단 사실도 잊었다.
 엄마는 2일 낮에 막내 이모 - 내 사랑 명옥이 이모 - 랑 같이 다녀갔다. 막내 이모랑 살아가는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아버지 보러 온게 아니라 많이 아픈 언니 보러 온 거였다. 아버지는 데이케어 센터에 있었다. 엄마는 아버지 드시라고 고구마를 삶았다. 

 새해 첫 진료라 그런지 병원에 사람이 많았다. 두 시간 기다려서 아버지 뇌가 점점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약간 바뀐 처방전을 받았다. 의사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내가 의사 선생님 만난게 17시였는데, 아버지 뒤로 16명이 대기중이었다.

 아버지는 매운 양념 치킨을 잘 먹었고 얼큰 순대국을 제일 맛있게 먹었다. - 처음에 잘 못 먹길래 매운 건 시키지 말자, 생각했는데 뜨거워서 그랬던 거였다. - 목욕탕을 좋아했고, 목욕탕에 가서 보니 빤스를 안 입고 있었다. 엄마 언제 오는지 자꾸 물었지만 엄마를 만나지는 못했다. 내 동생의 존재를 잊은 줄 알았는데, 잊지 않았다. - 센터 선생님들 빼면 엄마, 나, 내 동생 이렇게만 확실하게 아는 것 같다. - 

 아버지는 증상을 늘어놓는 게 무의미한 완숙한 치매 환자가 됐다, 어느새. 아버지에게 섬망과 환청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나마. 

 12월 18일에 접수됐다고 연락온 요양등급내용변경에 대한 답변이 오지 않는다. 기다린다. 설이 2월 10일 경이니까 1월 중순까지는 공단에 연락하지 않고 기다려보기로 한다. 아버지가 갈 요양(병)원 알아보는 중이다. 엄마 마음이 편한 곳으로 하기로 한다. 아버지에게 요양원 얘기를 하면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알아서 하라고 한다. 아버지랑 오래 같이 있었더니 아버지한테 니가 고생이 많다, 고맙단 말을 많이 들었다. 알아서 하란 말에도 고맙단 말에도 맴이 찢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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