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에 운동 마치고 집에 가는 중에 Y군에게 톡이 왔다. 어깨 재활을 해야 하는데, 진척이 없어서 울화가 터진다는 내용이었다. Y는 왼쪽 어깨가 올라가지 않는다. 운동 선수의 마음으로 몇 년을 보고 재활 하라고 답장했다. 속이 좀 상했다. 친구가 아픈데 속이 상한 건 우정인가 인류애인가 내가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은 사랑인가? 그 걱정은 진짜 걱정인가? N군에게서는 풋살하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는 소식이 왔다. 상상만 해도 아프다. 잘 치료하고 무리한 운동만 안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N군보다 Y군이 더 걱정이다. N군은 사무직종인데, Y군은 직업이 육체노동 계열이라 어깨를 안 쓰고 살 수는 없다. 그리고 나는 허리가 아프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지만 허리가 왜 아픈지, 왼쪽 허벅지가 왜 저린지는 알아야 하니까 조만간 사진을 찍어보려고 한다. 오늘부터 만 나이 적용으로 마흔 네살인데, 이 나이에 어디 아픈데 없이 사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돈 보단 건강인데, 나는 돈 좀 있었으면 좋겠다. - 어제 엄마가 뭔 꿈을 꿨는지, 복권 사라고 연락왔길래 복권 샀다. -

 아버지랑 통화하다가 아버지 지갑에 돈이 떨어졌다는 걸 알았다. '일우야 지갑에 현금이 없다.' 라고 한 마디 하면 되는데, 그게 안되니 계속 뭐라뭐라 한다. 그 말을 할 수 있다면 은행에서 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지갑 얘기를 꺼내자 마자 돈 떨어졌다는 얘긴 줄 알았지만 끝까지 다 들어준다. 카드를 쓰면 되는데, 아버지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주말에 올라가야 되나? 동생 아내는 결핵에 걸렸다고 하고 엄마는 가급적 아버지 일에서 제외하고 싶으니 아버지 돈 찾아주러 내가 가는게 낫겠다 생각한다. 주말에 현충일 연휴도 껴서 기차표 빨리 구해놔야 하는데, 생각한다. 

 어제랑 그저께 아침에는 아버지에게 모닝콜이 오지 않았다. 반복되는 일상이 깨졌다는 게 약간 걱정이 됐고, 9시 넘어서 데이케어센터에 잘 갔는지 확인만 했다. 루틴이 깨진 날은 목소리만 들어봐도 아버지 컨디션이 별로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버지는 센터에서 저녁 먹는 시간에 나에게 전화를 하곤 하는데, - '이제 밥 먹으려고.' - 그게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다. 어떤 때는 전화를 받아도 아무말이 없다. 나한테 전화한 걸 잊었는지도 모른다. '엄마한테 전화 한 번 해보세요' 했는데, 나랑 전화 끊자마자 나한테 다시 전화하기도 하고 그 전화를 받아도 아무말이 없기도 하다. 아버지는 당신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는 센터 간호부장 선생님이 며칠간 출근을 하지 않아서 심적으로 불안했던 것 같다. 엊그제 저녁 때 통화하면서 요즘 안 보이는 선생님에 대해서 한참 얘기했는데, 그 선생님에 대해서 설명을 못한다. '아버지 혈압 체크해주는 선생님이요?' 라고 몇 번을 물어도 내 말을 듣지 않고 본인 말만 하다가 내가 목소리를 높여서 자꾸 얘기하니까 그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젊어서도 남과의 대화에서 남의 말에 집중하지 않는 타입이었다. 그게 그대로 치매로도 왔다. 

 오늘은 아침 6시 40분에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컨디션이 좋은 목소리라 안심했다. 언제부턴가 내가 아버지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잘 하고 있어요.' 에서 '그렇게 하시면 돼요.'로 바뀌었다. 같은 말인데, 후자 쪽이 좀 더 체념인가? 체념이라고 보다는 아버지 얘기 끝까지 들어주는 것 처럼 그저 아버지를 바라보기만 하는건가.

 나보다 두 살 많은 아내 오빠도 아프고 아버님, 어머님은 연로하셔서 아프고 어머님은 다음주가 생일인데, 아이가 아프다고 하니 광양에 내려가 가시고 덩달아 아버님도 내려가 계시고, 우리 엄마는 엄마대로 군데군데 아프다. 회사 기간제 형 아버지는 많이 아프고 어머님도 아픈데, 회사 공무직 형 엄마도 연로하셔서 아프고, 회사 청원경찰 형 엄마도 연로하셔서 원인 모를 어지럼증이 있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치매고 올해 위암 수술을 했지만 육체는 건강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저기 아픈 일 투성이다. 사람도 아프고 나라도 아프고 세계도 아프다. 안 아프고 살기가 정말 어렵다.

 어지러운 날들이라 두서없이 적어봤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