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에 코로나 백신 1차 맞았다. 대략 그때부터니까 20일 넘게 기운이 안 좋다. 기운이 안 좋으니까 기분도 안 좋다. 백신 맞기전에 송충이 털 알러지로 고생한 일이 있었다. 그때부터 침체가 시작됐으니 다운된지 한 달이 넘었다. 뭐가 안 좋냐고 묻는다면 명쾌하게 답할 순 없다. 확실한 건 하락흐름이라는 것이다. 그 기간 중에 명절도, 내 생일도 있었는데 왜 그럴까? 해가 짧아지고 있어서인가. 뭔가 맘에 안든다. 아니, 다 맘에 안든다. 나한테도 아버지한테도 사람들한테도 아내한테도 지쳤다. 회사일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면 다 괜찮지 않은가, 묻는다면 항상 그렇진 않다. 사랑은 모든 것을 포괄하므로 항상 그런 것과 항상 그렇지 않은 것 모두 사랑이다. 사랑은 긍정적이다.

존재 증명에 대해서 생각한다. 누군가가 읽을 것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쓰는 것, 노래를 만드는 것, 시를 쓰는 것,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는 것, 유튜브를 하는 것처럼 외부에 드러나는 활동이 아니더라도 혼자서 하는 활동을 제외하면 인간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존재  증명이다. 가장 존재 증명이 아닌일이 혼자 사는 사람이 잠을 자는 행위인 것 같다. 그마저도 나 어제 2시간 뿐이 못잤어, 하고 누군가에게 말하거나 SNS에 올리면 존재 증명이 돼버린다. 존재 증명은 유명해지고 싶다는 마음과 같은 맥락이다.

의뢰를 받고 노래를 하나 만들었는데, 클라이언트가 좋다고 했다. 기분이 막 좋아야 하는데, 막 좋지는 않다. 인스타에 올린 턱걸이 동영상에 댓글이 달린다. 이 역시 기분이 막 좋아야 하는데, 막 좋지는 않다. 만약에 내가, 소망대로 유명해져서 인스타에 사진 올리면 몇 만명이 좋아요 누른다고 기분이 막 좋을 거 같지 않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마음도 허상이다.

이럴 때 자주 나오는 해답이 너 자신의 삶을 살아라, 류다. 내가 나 자신의 삶을 살고 있지 않나?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런 의지가 있는 걸 보면 나는 어느정도는 나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오늘 출근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털복숭이가 되서 산에서 혼자 사는 생각을 했다. 자연인처럼 티비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만 증명하면 되는 존재 증명의 삶. 이런 생각한 게 엄청 오랜만이다.

C8 나아지겠지.

급작스럽게 찾아온 안개 속에 혼자 일찍 찾아온 가을 (삽당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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