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곰이 겨울잠 자듯 자버렸다. 몇 번을 깼는데 깨자마자 다시 잠들길 반복했다. 누군가를 취조하고 있는데 당최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꿈이 계속 이어졌다. 다시 꿈속으로 돌아가 정답을 찾고 싶었다. 새벽 두 세 반, 다섯번 쯤 같은 꿈에서 깼을 때 포기했다. 포기가 빠른건가?

토요일엔 ds랑 ssy를 만났고 잘 마시고 놀았다. 남의 인생에 내 말을 보태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이다. 말을 하는 쪽도 듣는 쪽도 과하면 안되겠지. 과하지 않은것이 친구일까? 연예인들 얘기가 대화의 주제가 되는것도 같은 경우다. 결국은 니(내) 할일이나 잘해(하자)가 된다.

ds랑은 그냥 이렇게 살면 되지란 말로 헤어졌다. 인생이 다 잘 풀릴 순 없지만 살아있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언젠가부터 나를 지배하고 있는 이 생각에 안네 프랑크를 예로 들때가 많다. 저녁 뉴스를 틀어놓고 운동을 한다. 수 많은 죽음이 귓속에 들어왔다가 숨을 내뱉을 때 빠져나간다. 죽으면 다 소용없다. 내 이런 생각은 살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라 체념인가 싶기도 하다.

출근전에 실외 베란다에서 - 우리집의 자랑 - 아버지 약 드시라고 통화하고 담배 피우다가 아내의 완두콩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꽃 피었던 자리마다 콩 꼬투리가 달려 있다. 많은 생의 운명이 그러하다. 구시대의 유물같은 사람이 되지말자 생각했다. 나는 어떤 꽃을 피웠나? 꿈속의 정답을 찾았어야 했나? 아버지는 어떤 꽃을 피웠나? 뭔가 어지럽게 시작되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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