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쓴 얼굴이 본 얼굴이 되버린 시대다. 신분증 사진도 마스크 쓰고 찍어야 할 판이다. 불편해도 인간은 적응한다. 노예로도 살고 나치의 홀로코스트때도 살아남고 일제 강점기에도 살아낸 게 인간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중에 가장 적응력이 좋은 게 인간인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모든 생명 중에 가장 늦게 절멸할 거 같다. 물론 인구수가 급격히 줄어든 상태로 겨우 버티는 게 고작이겠지만 말이다.

생명이 근본적으로 가진 이기심이라는 게 다른 종들과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기 보다는 일단 자기가 먼저 먹고 살고 많이 번식하는 것이 우선이기 마련이다. 그 개체수를 조정해 주는 것이 지구다. 칡이 전세계를 뒤덥지 못하는 것이나 아프리카 초원에 포식 동물만 뛰어다니지 않는 일이 그렇다. 공룡도 지들끼리 너무 막나가다가 멸종했을 것이다. 이 와중에 유독 인간만 쭉쭉 개체수를 늘리고 있다. 인간의 개체수도 지구가 조정해 주기를 바란다. 

작년 호주 산불 때 시작된 우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는 극지방 빙하 소멸이나 캘리포니아 산불처럼 먼데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서 코로나 블루는 평생 안고 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일 매일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매 끼니를 마지막 끼니라고 생각하고 먹는다. 그러자면 맛없는 걸 먹어도 맛있게 먹어야 한다.

살면서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공포에 휩싸여있다. 퇴근하고 저녁에 아내와 함께 있으면서 느끼는 안도감이 그나마 위안이다. 널 사랑하는 것 그것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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