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무덤

돌틈 사이를 비집고 벌레들이 쏟아져 나온다
가장 깊은 곳에서 죽음을 파먹고 검게 변한 것들
정오의 볕이 내리쬐자 죽어 바스러진다
죽음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지나고
벌레들이 다시 쏟아져 나온다
밤이 되자 더 검게 변한 것들
의식처럼 무덤 주위를 두 바퀴 돌고
줄지어 다른 돌무덤으로 향한다
달빛도 없는 밤에
철모르는 아이는
달맞이꽃만 활짝핀 무덤가에서
벌레들을 밟아 죽이며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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