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어느날 출근길에 여느때처럼 커피 마시러 편의점에 들렀다가 지나가던 차에 탄 사람이 알려줘서 자동차 왼쪽 뒷타이어에 바람이 빠진 것을 알았다. - 고맙습니다. - 자연스럽게 자동차보험 긴급출동에 전화를 했고 안내에 따라 번호를 몇 개 눌렀다. 전화 끊고 10분만에 도착한 긴급출동 아저씨는 도착한지10분 만에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갔다. 타이어가 펑크났는데, 지각도 안했다.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이 긴급출동을 부르는 일도 처음에는 뭔가 어렵고 어색한데, 한 두 번 경험하고 나면 금방 익숙해진다.

 하던대로 하는 건 익숙하다. 익숙한 건 쉽다. 쉬운 건 편하다. 편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나도 편하고 싶어서 노력 끝에 근무지를 옮겼고 실제로 마음이 편해졌다. 인간은 점점 편해지려는 노력으로 산다. - 안 그런 사람들도 있고, 그런 사람들 중에 훌륭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서 처음 생각한 거니까 오래된 생각인데, <시스템은 안락하다.> 물자의 이동이 대표적이다. 먼 나라에서 생산한 원유가 내 자동차의 연료가 되기까지의 과정, 아르헨티나 바닷가에서 잡힌 홍어가 지구 반대편 나라의 슈퍼마켓에서 팔리기까지의 과정에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물건의 원산지를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안락한 시스템이 택배를 포함한 각종 배달이다. 배달 대행 서비스가 '배달(의 민족)'이란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니까 '배달' 시스템이 더 도드라진다. 땅만 있으면 집도 배달해 주는 지경이다.

 라디오 광고를 듣다가 운전대행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알았는데, 대리운전 비슷한 것이고 대리운전이란 건 사람 배달이다. 물론 크게 보면 많은 서비스업이 사람 배달이다.

 편리란 이름으로 인간이 물건이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서비스를 강요하는 세상이다.

 우리집은 비닐이랑 1회용품 쓰기 싫어서 음식 배달을 시키지 않는다. 다만 몇 가지 물건은 택배로 받는다. 아내는 슈퍼에서 장 볼 때도 포장된 야채는 구매하지 않으려고 한다. 작지만 대단한 노력이다. 모든 물건이 포장되어 있는 세상에서 아내의 노력을 소용없는 것처럼 얘기할 때가 있다. 체념이다. 체념에는 술이 약이다.

 가끔은 음식 배달 시켜서 아내랑 오붓하게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고나면 죄책감에 시달릴테니 그러지 말아야지.

 죄책감에도 술이 약이다. 술 먹고 싶어서 '배달 생각'을 적은 건 아니다.

 인간은 어디까지 편하고 싶을까? 헤아려본다. 헤아림은 끝이 없고 그것이 인간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