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쓰는 거 오랜만이다.
12월이 됐다. 어제 알고서 아, 12월이구나, 했다. 세월은 지나가기만 하지만 숫자는 지나가기만 하지는 않는다. 곧 다시 1월이다. 계절도 다시 돌아온다. 세월은 지나가기만 하지만 어떤 명사들은 되돌아온다. - 지나가기만 하지는 않는다. -
임계로 옮겨서 한 달을 지냈다. 보기 싫은 사람 얼굴을 안 보게 됐고, 일도 줄고, 아내 얼굴도 매일 보니까 우울감과 화를 많이 떨쳤다. 지난달엔 술을 한 번만 마셨다. 무지하게 피우던 담배도 하루에 한 갑 이하로 줄었다. 내 몸에 간만에 찾아온 긍정적인 변화다. 매일 왕복 70km를 출퇴근 하느라 차에 넣는 기름값이 정선 있을 때, 술값보다 적게 든다. 아주 좋다.
내가 갑질 신고한 사람은 양양으로 발령났다. 징계 같은 건 없겠지. 99.8% 장담한다. 산림청 후진 클라스다. 애초에 세상이 후졌으니 별 수 없는 일이다.
99.9%를 말할 때는 100%랑 비슷한 느낌인데, 99.8%는 100에서 많이 비는 느낌이다. 0.1 차이가 크다. 세상에 100%란 건 이미 진행된 일 밖에 없으니 99.9%는 100%랑 같다, 는게 내 생각이다. 생각나는 대로 막 적다 보니까 이렇게 적게 됐다. 적으면서 생각하는지, 생각하고 적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어떤 영화(넘버 쓰리)에서 한석규가 이미연한테 50.1%만 믿어도 100% 믿는거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
의사를 네 번 만났는데, 만날때마다 일상생활만 잘 유지해보라고 한다. 그 일상생활이라는 말이 뭐라고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아내랑 저녁 먹고 낮에 땀 흘린날은 저녁에 씻는 보통의 일로 위로가 된다. 책도 몇 권 읽었다. 밤에는 아내 옆에서 기타도 치고 게임도 하고 유투브도 본다. 이런 게 일상생활이다. 정선에서는 술만 있고 생활이 없었다.
정선에서 어떻게 살았던건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회사 동료들도 내 생각을 안 하고 나도 동료들 생각을 안한다. 직장이란 일이 아니면 부딪칠 일 없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곳이고 사람은 이렇게 쉽게 망각하는 존재다. 좋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지금의 안온함을 당분간은 유지하고 싶다. 뭐라도 적고 싶어서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