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을 먹다

장날,
읍내 한구석의 식당
나보다 20년 이상 더 산 형들과 밥을 먹는다
전국 어디에나 있는 서울식당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리들
골고루 먹고 한 끼 때우라는 백반
생선구이와 된장찌개가 나오는 백반
초로의 식당 주인이 주문도 받지않고 차려주는 백반을 먹는다
아직은 술이 세월을 쓰러뜨리지 않았기에 소주도 한 병 먹는다
먹는 입은 지금이지만 말하는 입은 옛 일을 씹는 자리
형들이 좋았다는 옛날은 언제였나
나의 옛날보다 오래된 옛날 얘기를
나는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시절을 안주로 삼킨다
사람이 넷이니 두당 반 공기씩
밥 두 공기 추가하고
소주도 한 병 더 시키는
오후 한 시,
어른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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