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가지 아쉬운 건 이에 대응하는과정에서 사람들이 파편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각자 개별적인 존재로서만 이걸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나 생각한다는 말이죠. 그런데 그 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하나의 집단으로서 자기가 소속된 정당이면 정당, 노조면 노조, 시민사회단체 등을 통해서 집단적으로 사안에 대처했지요. 그런데 이번엔 왜 파편적으로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개별적인 움직임들을 모아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확산시켜야 할 것입니다.
- 역사적으로 보면 죽음과 애도는 정치적인 행위입니다. 유명한 정치인들의 연설도 대부분 전쟁터에서 죽은 젊은이들을 애도하고, 그걸 통해서 집단적인 정체성을 만들었죠. 그리고 공동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논의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애도가 정치로 연결되지 못하고 개별화된 슬픔으로만 가두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반복되는데도 이런 사건들을 정치로 연결하는 게 마치 금기처럼 여겨져서 많이 답답합니다.
- 지하철도 지금 승무원 한 사람이기 때문에 여간 불안하지 않아요. 사실 기계도 낡았지만 기본적으로 1인승무제라는 게 말이 안되잖아요. 서울에서 부산, 목포까지 가는 KTX에도 기관사가 한 사람뿐입니다. 그 사람이 졸지에 변을 당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돈 아끼자고 이렇게 위험천만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민영화니 규제완화니 하면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기업들 배불리는 데 골몰하는 정부정책이 근본 문제인데도, 조중동 등 어용언론들은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건 간단히 말하면 정부 책임을 묻지 말하는 거잖아요.
-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 운동도 정치적인 문제보다 살림살이가 붕괴되면서 등장했어요. 저는 공무원을 포함해서 한국사회가 이렇게 된 이면에는 살림살이의 붕괴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판단하거나 움직이면 내 자리가 날아갈 거라고 생각하니까 움직이기 싫은거죠. 동료의 삶이 파괴되고 타자가 죽어가는 걸 보면서도 어쨋든 나는 살아남고 싶다는 계산을 하는 건데, 지금 사회의 변화 속도를 볼 때 그게 가능한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고 봅니다. 아마 어느 순간 갑자기 붕괴할 것 같습니다. 스페인의 혁신 도시공동체 '마리날레다'가 주목을 받는 이유도 그게 아닐까요? 기존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니까 다른 방식을 찾는 겁니다. 그렇게 자기변혁을 하지 않으면 조만간 사회는 붕괴하고 말겠죠.
- 한 학생이 부모님께 <한겨례21>을 정기구독을 해드렸는데 보지 않은 채 쌓여만 있더라는 거예요. 왜 안 보시냐 했더니 활자가 너무 작아서 보기 힘들다고 하셨다는 거예요. 사소한 듯 보이는 것을 잘 살피고 그걸 토대로 구체적/물질적 상태를 바꾸는 이런 일이 필요합니다.
- 그동안 우리는 모두가 나만 아니면 된다.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없다. 이렇게 방관하면서 살고 있었는데,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는 남의 새끼되 내 새끼라는 논리가 작동했잖아요. 남의 새끼도 내 새끼라는 이 말은 저는 단순히 수사학이 아니라 중요한 시민적 윤리학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내 새끼 남의 새끼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생명은 다 중요하다는 느낌. 이 정동적 느낌을 확장시켜서 탄탄한 시민의식으로 안착시키는 운동을 해야죠.
무도의 유행어 '나만 아니면 돼!'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농사도 잘 안되고 일들도 잘 안 풀려서 각자도생이니 자력갱생이니 - 둘 다 살긴 산다는 뜻이다. - 아내한테 떠들어댔는데, 많이 반성한다.
녹색당에 가입해야겠다.
농부라는 직업 덕분에 밥그릇 잃을 걱정이 없으니 각종 사회문제에 좀 더 과격하게 접근해야겠다. - 집회에서 약간 과격해질 필요가 있다. - 그러기 위해서 어디에 살더라도 지금처럼 가난하게 산다는 기조는 유지하기로 한다. 살림을 더 줄이고 전기도 물도 더 아껴써야겠다. 소비 행위를 최대한 하지 않는 것이 시스템에 저항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나만 아니면 돼.'는 이웃들에게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 아니냐고, 자꾸자꾸 말해야겠다.
녹평 빌리러 갔는데, JS형이 영농 대출 받으면 안된다고 했다. - 형, 진심어린 조언 감사합니다. 대출 안 받을게요. 제가 잠깐 미쳤었나봐요. -
노인들을 위한 활자 크기가 큰 라이프 매거진 사업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다. - 그래도 내가 하지는 않을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