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27

그때그때 2011. 2. 27. 17:35
 서울에 다녀왔다. 기분 좋은 칭찬을 들었고 여러 만남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한 시대를 끝내려고 하는 선배에게서 멕시코산 담배 한 갑과 울림이 좋은 기타를 얻었다. 멋진 조합이다.

 강릉오는 버스에서 한 시간, 어젯밤에 열 시간, 오늘 오전에 세 시간을 잤다. 서울독(毒)을 씻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을까?

 오후에 눈을 뜨니 아침에 내리던 비가 눈으로 변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바닥에 닿은 눈이 녹는 속도가 눈이 내리는 속도를 이기지 못해서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눈이 치울만큼 쌓였을 때, 마당으로 나갔다. 며칠만에 잡아보는 눈삽과 손수레가 낯설지 않다. 열심히 치웠지만 눈은 내가 치우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쌓여 갔다.  

 치운 눈은 손수레에 담아서 집 앞을 흐르는 도랑에 버렸다.

 아뿔싸,
 물이 검다. 평소에는 몰랐는데, 물이 검다.
 검은 물 위에 흰 눈덩이들을 쏟아 부었다. 눈이 검게 물들었다.

 이번 생(生)은 틀린걸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독(毒)과 검은물 때문이다. 대설 때문이다.

 눈은 쌓이지만 2월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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