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1일 11시 11분까지 10달 정도가 남았다. 누군가의 얘기처럼 10년 전도 2000년대다. 세월이 무섭다. 

 보통,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고 하는데, 이것에 대한 가장 그럴듯하면서도 보편적인 대답은 이러하다.
- 어렸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로움의 연속이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신기한 일들로 가득차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새로운 일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일들이 반복의 영역에 속하게 되면서 훅~ 하는 순간 시간이 지나가 버리게 되는 것이다. -

 가장 그럴듯하다고는 했지만, 정곡을 찌르는 질문도 가능하다. 새로운 일들이 많을 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거 아닌가요?

 세계의 확장에 대해서 쓰고 싶었는데, 시간 얘기로 시작해 버렸다. 이래선 안된다.


 어제가 할아버지 제사라 친척들이 주르륵 모였다. 막내 삼촌 큰 딸이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다. 공부를 아주 잘 한다고 한다. 나랑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이다.

 - 오빠, 오빠는 직업이 뭐야?
농부.
왜?
오빠가 살아보니까 몸을 쓰는 일이 정직한 것 같고 그 중에서 농부가 오빠랑 잘 맞는 것 같아.
.................
이를테면 네가 공부를 잘 해서 변호사가 됐어. 변호사는 법정에서 사람들은 변호해주는 일을 하잖아. 그런데 그 일은 몸을 쓰는 일이 아니고 말과 글을 가지고 하는 것이잖아. 변호사라고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변호인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거짓말도 조금 해야하고 양심에 걸리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지 않을까? 오빠가 이런저런 일을 해 보니까 그런게 너무 싫더라고.
........ 오빠는 되게 자유롭게 사는 것 같아, 나도 오빠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어.  
요즘에는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ㅎㅈ이도 자유롭게 살 수 있을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

 대화의 마지막은 영문법이 계속 어려우면 내가 심혈을 기울여서 도와주겠다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대화를 할 수 있는 사촌동생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각설하고, 유아기에 집채만하게 느껴지던 동물원의 호랑이가 어른이 되서 다시 보면 작아 보이는 것처럼,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진학을 하면서 세계가 확장된다. 진학 과정에 따라 점점 더 먼 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친구 또는 동료가 되는 것이다. 나중에는 외국인 친구들과 외계인 친구들도 생기는 것으로 세계의 확장이라는 것이 끝나는 것 같다.

 이런식으로 세계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겪는 사건과 갈등들을 사람들은 좋아한다.

 그러니까 해외여행을 열심히 다니면 세계는 계속 확장되고, 여행을 통해서 얻는 새로운 경험들이 세월의 속도를 줄여준다는 결론이 나온다.

 외계인을 만날때까지는 계속해서 확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이 글은 고구미의 일년기에 대한 대답이고, 내가 먼저 썼던 글에 대한 변명이다. 

 친척동생이 확장된 세계에서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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