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났다. 얼마전 일이

저녁 징소리가 울리기 전에 나무랑 보리랑 늘 그렇듯이 야구를 하다가 (셋이서 하는 야구는 정말이지 재미있다. 한명은 투수, 한명은 수비, 한명은 타자) 기숙사에서 식당으로 향하던 새날이랑 선웅이 모습을 보고 문득 선웅이가 괜찮은 공을 던질 것 같아서 새날이를 타자로 세우고 선웅이한테 공을 던져 보라고 했었다.
                                                                   <밀집모자 쓴 뒷모습이 나>

초반에는 좋은 공을 던지더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바로 엉뚱한대로 공을 던졌던 일이 생각났다. 이윽고 저녁징소리가 울리고 아이들은 더 하고 싶다고 했지만 피곤한 나는 밥 먹고 더 하자고 하면서 놀이를 마쳤다.

밥을 먹고 이어서 야구를 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때 말고도 나무랑 보리랑은 야구를 많이 했다. Y가 Y의 축구 교실이라고 해서 초딩들이랑 축구를 많이 했다. 나는 야구를 좋아하는데, 야구를 잘 모르던 아이들이 나랑 야구 몇 번 하더니 즐거워 하길래 종종 야구를 했다. 빵꾸난 테니스 공에 청테이프를 둘둘 감아서 만든 공으로 많이 놀았다.

그냥 점심을 먹고 갑자기 이때 생각이 났다.
그러니까 어쩌면 사진은 (기록은) 아주 위험하고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지금이 나쁜건 아닌데, 그냥 점심을 먹고 갑자기 이 사진 속의 순간이 생각났다.
이 사진을 찍은 손님도 누군지 기억이 난다.

지금이 나쁜건 아닌데, 그냥 점심을 먹고 하늘을 보다가 갑자기 이 사진이 생각났다.

사진이 먼저 생각나고, 사진 속의 순간이 생각나고, 이때가 생각난 순서가 맞겠지만
지금이 나쁜건 아니기 때문에 상관 없는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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