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거실에서 커다란 바퀴벌레를 잡았지
집 안에서 신는 슬리퍼로 때려 잡았다
벌레는 나갈 길을 찾고 있었던 것 같았고
신발 밑을 따로 세척하진 않았다
시장 깊숙한 국밥집에서 나는 내장국밥을 아내는 닭국밥을 먹고 돌아온 직후였다
나이 탓을하며 저녁 아홉시에 잠이 들었지
새벽 네시에 꿈에서 깨며 잠도 깼다
뇌수술을 하는 꿈이었지
의사는 나를 안심시키며
머릿속에 튀어나온 것들을 꾹꾹 눌러담는 수술이고 설명했다
두 개의 수술을 동시에 했는데, 마취에 어려움을 겪었고 나머지 하나의 수술은 꿈 속에서 사라졌다
정신이 들었을 때 의사는 수술이 잘 됐다고 했지
내 앞에는 의사와 간호사 엄마와 동생이 있었다
내 아내는 어디에 있나
나랑 국밥을 함께 먹은 내 아내는 어디에 있나
그러다 잠에서 깼다
새벽 담배를 피우며 꿈과 현실을 생각했지
치매에 걸린 아버지, 투자에 실패한 엄마, 아이 둘을 키우는 동생, 나랑 국밥을 먹고 잠들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해준 아내, 화가 많고 우울증에 걸린 나
다시 깼을 땐 아침이었다
출근을 했고 장모님께 생일 축하 전화를 했다
고맙네, 소리를 듣고 잠깐 기분이 좋았지만
꿈 속에서 사라진 아내를 계속 생각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