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어제 날짜로 장기요양 5등급을 받았다. 아버지의 지금 상태로 봐선 당연한 결과지만 당연함은 내 마음이고 공단에서 등급을 결정하는 입장은 내가 모르니까 결정까지 약간은 마음을 졸였다. 이제 주중에는 매일 데이케어센터를 이용 - 센터 직원들이 이 말을 씀. 계약 관계라서 그런거 같음. - 해도 자부담이 크지 않다. 잘됐다. 같은날 아버지가 코로나 증상을 보였다. 다행히 센터에 가는 날이라 복지사 선생님이 빠르게 알려줬다. 그리고 오늘 확진자가 됐다. 11월 3일까지 자가격리다. 아버지가 육체적으론 건강하지만 나이가 70을 넘기다보니 많이 아플까봐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통화할 때 어디 아픈데 없는지 자주 물어보는데, 아버지는 늘 괜찮다고 한다. 엄마도 늘 괜찮다고 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어딘가 아프면 아프다고 한다. 아프면 아프다 할 수 있는 게 이렇게나 소중한 덕목이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 혼자 동네 병원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고 약도 받아왔다. 그 우여곡절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아버지는 조만간 전화 거는 법과 받는 법을 잊을 것 같다. 내가 전화하면 받자마자 끊고 본인이 내게 걸었다가도 내가 받으면 바로 끊기를 1시간 동안 30번 쯤 반복했다.

엄마랑 결판짓고 얼른 아버지 거처를 강릉으로 옮겨야겠다. 그게 맞는 거 같다.

엄마도 동생도 둘째이모도 각자 생활이 있다. 나도 내 생활이 있지만 치매 아버지랑 한 동네 살면서도 생활이 있는 조건으로는 가족들 중에 내가 제일 낫다. 세상과 생에 대한 어떤 체념 - 간절함과 절박함이 앖음 - 이 이런 때는 좋게 작용하기도 한다. 5등급 받은날 코로나 걸린 아버지도 그렇고 인생이란 작용과 반작용이 뒤섞인 이분법의 연속이다.

여러가지로 지쳐서 기록만 해두는 날이다. 아버지 치매인 것 알고부터 일관적으로 아버지 강릉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얘기해주는 아내에게 고맙다.

방금 아버지랑 저녁 통화 했다. 목소리가 어제보다 낫다. 아버지 파이팅이요.

- 바닥이 한없이 깊은 수영장에 잠수해 들어가서 바닥에서 뭔가를 찾는 꿈을 꿨다. 그 뭔가가 아버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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